[시선뉴스 조재휘 / 디자인 최지민] 어느 스포츠든 시합을 통해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겨룬다. 최근에는 과학이 발달하면서 선수들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어떤 장비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도 승패 혹은 기록에 영향을 준다.

특히 수영에서의 전신 수영복은 기록 향상에 엄청난 도움을 주었다.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당시 수영의 33개 금메달 가운데 25개가 전신 수영복을 입은 선수들의 차지였다.  

‘전신 수영복’은 무릎 밑으로 내려가거나 팔의 일부분을 가린다든지 혹은 목부터 발목까지 온몸을 감싸는 형태의 수영복으로 2000년 초에 등장했다. 수영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물의 저항을 줄여야 하는데 전신 수영복은 근육을 압착하고, 피로 유발물질인 젖산의 축적을 막으며 물의 저항을 줄여 선수들의 기록을 향상시킨다.

물을 먹지 않는 폴리우레탄으로 만들어진데다가 최대한 몸에 밀착되어서 상대적으로 물의 저항을 덜 받게 되어 있다. 전신 수영복이 기록 향상에 도움이 되자 유명한 수영용품 업체들은 앞 다투어 전신 수영복을 개발했다.

급기야 첨단 소재 수영복 전쟁으로 번지게 되었고 전신 수영복을 입은 선수와 입지 않은 선수의 격차가 크게 발생하며 대부분의 선수들이 전신 수영복을 입고 경기에 참가하게 되었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새로운 세계기록이 작성되었고, 2009년 로마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43개의 세계기록이 달성된 것이다.

전신 수영복의 등장으로 더 좋은 기록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지만, 한편으로는 수영이 선수들의 기량을 겨루는 자리가 아니라 첨단 제품의 우수성을 시험하는 무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기술 도핑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자 국제수영연맹(FINA)에서는 2010년부터 선수들의 전신 수영복과 같은 첨단 수영복 착용을 제한하도록 규정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수영 선수들이 개인의 역량보다는 첨단 수영복에 이끌려가는 경향이 심해 이러한 사태를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국제수영연맹(FINA)의 규정에 따라 남자의 경우 허리에서 무릎까지, 여자의 경우는 어깨에서 무릎을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수영복을 착용해야 한다. 또한, 수영복의 재질도 예전처럼 섬유를 중심으로 직물을 사용한 수영복으로 제한되었고 100% 폴리우레탄 같은 수영복은 완전히 퇴출당했다.

전문가들을 전신 수영복을 입고 세웠던 세계기록은 전신 수영복 착용이 금지된 이후 당분간 깨지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과학을 스포츠에 접목해 성과를 거두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스포츠는 우수한 장비로 대결하기보다 인간의 노력과 도전에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같은 조건에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뤄야 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