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 다니는 인간 양조장..몸에서 맥주를 만드는 ‘자동양조증후군’이란? [지식용어]
걸어 다니는 인간 양조장..몸에서 맥주를 만드는 ‘자동양조증후군’이란? [지식용어]
  • 보도본부 | 박진아 기자
  • 승인 2019.11.30 14: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선뉴스 박진아, 이시연 수습기자]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음주 단속 측정결과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높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끔 발생한다고 하는데, 어지럽거나 속이 울렁거리고 심지어 비틀비틀 거리기까지 하는 증상.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최근 미국에서 비틀비틀 거리는 차가 수상해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A씨는 술을 먹지 않았는데도 음주 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에 이르는 0.2%로 측정됐다. 그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음주 운전 단속 [연합뉴스 제공]
음주 운전 단속 [연합뉴스 제공]

경찰과 사람들은 이 남성의 주장을 믿지 않았지만 그로부터 3년 뒤 뉴욕 주 리치먼드대학 메디컬센터 연구진은 “이 남성이 ‘자동양조증후군’이라는 희소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자동양조증후군은 음식을 먹으면 알코올로 자동 변환되는 증상으로 술을 만드는 것처럼 소화기관 내에서 탄수화물이나 포도당을 알코올로 변환시키는 증후군이다. 이 질환은 몸 안에 ‘효모’가 자라는 것으로 몸속으로 들어온 탄수화물을 ‘효모’가 알코올로 바꾸어 술에 취한 사람과 똑같은 증세를 보이게 한다.

이러한 의미는 이 단어의 의미에도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데, 자동양조증후군(Auto-brewery syndrome)에서 영어단어 brewery는 ‘맥주공장’을 뜻하고, 한자어인 釀造(양조) 또한 ‘술이나 간장, 식초 따위를 담가 만드는 일’을 뜻한다.

앞서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음주단속에 걸린 A씨의 소화기관에는 주로 맥주나 빵을 발효할 때 쓰는 효모균이 발견됐다. 이 남성 외에도 ‘평소 집에서 맥주를 발효시켜 먹는 것을 좋아하는’ 남성의 장속에서도 맥주의 발효균인 이스트 효소가 발견되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증상을 극복하는 다른 방법은 아직까지 발견된 바가 없고 단지 소화기관 내에 증식하는 박테리아의 균형을 맞춰주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밖에 없다.

이는 주로 맥주를 발효시켜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나타나는데, 이러한 위험성에도 왜 맥주를 발효시켜 먹는 것일까? 맥주효모는 모발과 유사한 단백질 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단백질의 흡수율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효모만 따로 채취해 영양제로 먹기도 하고, 샴푸로 만들어 탈모를 예방하는데 쓰이기도 한다. 

잘 먹으면 좋지만 잘 못 먹으면 우리 배 속에 효모가 과도하게 증식하게 되는 맥주 효모균.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희소 질환인 '자동 양조 증후군'은 1970년대 일본에서 20∼30건의 사례가 발견됐고 미국에서는 10년 전 첫 사례가 보고됐지만 최근에는 거의 발생한 경우가 없기 때문에 질환 발병 위험성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