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 디자인 최지민, 구본영 수습]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수용소 경비원으로 근무한 독일의 93세 남성이 70년 만에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와 피해자들이 고령인 만큼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재판이기에 독일 사법당국은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17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홀로코스트 생존자 30여명이 전직 나치 친위대(SS) 대원인 브루노 다이(93)를 고소함에 따라 70년 만에 재판이 열렸다. 다이는 10대 때 SS에 가입한 뒤 1944년부터 폴란드 슈투토프 강제 수용소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며 5,230건의 살인을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근 독일 함부르크의 한 법원에서 세 번째 재판이 열렸고 다이는 휠체어에 앉아 본인의 얼굴을 서류철로 가린 채 출석했다.

그는 근무 당시 수용소에서 벌어졌던 유대인 집단학살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감자들이 가스실로 향하는 모습을 봤고 그들의 비명 소리를 들었으며 가스실 철문이 덜컹거리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사실에 대해선 시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치는 총살, 굶기기, 한겨울에 벌거벗기 채 밖에 방치하기, 심장에 직접 유독물질 주입하기, 독가스실에 감금하기 등 갖은 잔혹한 수단을 학살에 동원했다. 특히 슈투토프 수용소는 나치독일이 1939년 폴란드 북부 지역에 세운 이후 6만명이 넘는 유대인과 폴란드인을 살해한 종족 집단학살의 현장이다.

홀로코스트 가담자 중 아직 생존해있는 사람들의 나이가 90대에 이를 정도로 지금은 세월이 많이 흘렀다. 이들에 대한 재판이 이토록 늦어진 이유는 전쟁 종식 후 전쟁범죄자 재판이 홀로코스트와 직접 연관된 고위 인사들만 겨냥했기 때문이라고 이번 소송 원고 측 변호인은 설명했다.

고위급 중범죄자들은 국제군사법정에 끌려 나왔고 다른 저급관리들은 별도 법원에서 재판을 받았지만 다이와 같은 수용소 경비원 등 구체적 범죄와 직접 연관되지 않은 이들은 아예 수사망에 잡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재판이 미뤄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70년이 넘었지만 끊임없이 과거사에 대해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1970년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무릎을 꿇은 뒤 독일 정부의 고위직들도 피해국의 종전 관련 행사에 직접 참석하며 고개를 숙인다. 또한 홀로코스트를 부정하고 나치를 찬양하는 사람들을 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입법 조치 했다.

현재 우리나라도 위안부 문제 등 전쟁범죄를 저지르고도 뻔뻔한 모습을 보이는 일본의 태도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매년 공식적 인정과 사과를 반복하는 독일의 자세를 보며 과거 잘못을 회피하고 왜곡하고만 있는 일본이 이런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는 날이 과연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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