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이시연 / 디자인 최지민] ‘바다 속 경주‘라 불리는 충청남도 태안군 마도 해역 속에는 보물이 잠자고 있는 곳이 특히 많다고 한다. 소위 보물선이라 불리는 선박들이 이 해역을 지나가다 많이 침몰했다고 하는데 험한 물결이 품은 보물 덕분에 현재는 문화재의 보고(寶庫)가 됐다.

지금의 충청남도 태안군 근형면 정죽리에 있는 해협의 안흥량은 고려-조선시대에 난행량(難行梁)으로 불렸다. 이는 한자어 풀이 그대로 ‘지나다니기 힘든 바닷길’이라는 말로 물결이 아주 험해서 배가 잘 침몰해 붙여진 이름이다.

난행량 물결의 험한 정도를 두고 고려를 찾은 송나라 문인 서긍(徐兢)은 '고려도경'(高麗圖經)에서 "앞으로 바위 하나가 바다로 잠겨 있어 격렬한 파도가 회오리치고, 여울이 세차게 들이치니 매우 기괴한 모습을 뭐라 표현할 수 없다"고 기록할 정도였다.

이처럼 예로부터 선박의 침몰이 잦았던 것은 태안 앞바다가 연중 안개가 잦았으며, 조수간만의 차에 의하여 조류가 세고, 복잡한 해저 지형에 의하여 암초가 돌출된 지역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밀물에는 잠기고 썰물에는 드러나는 암초가 태안 해역 여러 곳에서 선체를 위협해 항해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던 것이다.

특히 이 항구는 고려와 송나라 무역선이 오가던 곳이며, 조선 시대에는 중국 사신들이 드나들던 국제항이었기 때문에 배 안에는 임금에게 바치는 많은 보물과 물품들이 실려져있었다. 또한, 고려와 조선 시대에는 호남지방의 세곡을 싣고 서울로 운송할 때 이 해역을 지나기도 했는데 이곳의 수로가 매우 험해서 잦은 침몰에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한다.

덕분에 현재 태안 앞바다는 침몰 선박을 필두로 그만큼 관련 유물 또한 많아, '바다 속 경주'라 일컫는 수중문화재의 보고가 되었다. 현재까지 호남에서 곡물과 도자기 등을 싣고 개성과 한양으로 가다 침몰한 조운선 4척이 발굴됐다.

또한 태안 앞바다는 ‘수중 고고학’이라는 20세기 고고학의 한 분야를 새롭게 등장시키기도 했다. 최근 수중고고학을 도입한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태안 마도 해역에 대한 체계적인 발굴계획을 수립하여 중세 해상교역로 복원 연구를 위한 수중발굴조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수중발굴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문화재청이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실시한 1차 발굴조사에서는 송원대 묵서명 도자기와 고려청자, 닻돌, 선상생활용품을 포함해 총 113점의 유물이 발굴됐다. 1차 조사에 이어 과거 서해 항로의 무역활동과 해상교류의 흔적을 찾기 위한 연구는 계속 시행할 계획이다.

이렇게 발굴된 문화재는 박물관 안에서 되살아날 전망이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태안해양유물전시관’을 개관해 지난해 12월부터 일부 공간만 관람을 허용했고, 이번 달 18일에는 그동안 공개하지 않은 상설전시실 제2∼4실 단장을 마치고 대중에게 전부 개방됐다. 험한 물결이 품은 보물이 중세역사공부의 장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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