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지민] 찬란한 불교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 우리 불교문화의 높은 가치를 말해주는 하나의 유물이 미국에 있다 국내로 돌아와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128년 전 만들어진 ‘범어사 신중도(神衆圖)’이다.

정확한 이유도 알려지지 않은 채 외국을 떠돈 조선 후기 불화인 ‘범어사 신중도(神衆圖)’는 1891년에 승려화가 민규(玟奎)가 제작한 작품이다. ‘신중도’는 여러 신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말하는데, 그 중 ‘범어사 신중도’는 머리가 셋인 예적금강과 신통력이 있다는 천신인 마리지천, 위태천을 중심에 두고 좌우에 천부와 팔부중 호법신을 배치해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있고 표현 기법이 우수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규모도 깨나 큰 ‘범어사 신중도’는 가로 144.8㎝·세로 146.1㎝에 달한다. 또 비단에 채색했으며, 그림 정보를 적은 화기(畵記)까지도 남아있어 역사적 예술적 가치가 크다. 조계종 관계자에 따르면 범어사 신중도의 형식과 도상은 19세기에 유행한 것으로 1862년에 조성한 '해인사 대적광전 104위 신중도'와도 비슷하다. 104위 신중도 형식을 계승한 19세기 후반 불화는 현존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범어사 신중도’는 아주 귀중한 자료이다.

이렇게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 ‘범어사 신중도’는 한국전쟁 직후 혼란기인 1950∼1960년대에 외국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던 것을 지난 9월 범어사 신중도 불화가 경매에 나왔다는 사실을 확인한 조계종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신속히 ‘범어사 신중도’에 다가섰고, 지난 10월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매에 참여해 낙찰 받았다.

그렇게 범어사 신중도는 지난 10월30일 한국에 도착했고, 불교중앙박물관에서 간단한 보존처리를 거쳤다. 그리고 조계종은 지난 20일 불화 ‘범어사 신중도’를 본래 자리인 범어사로 옮겨 봉안했다.

앞으로 범어사는 11월27일까지 보제루에 봉안한 신중도를 불자와 시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후에는 신중도 문화재 지정을 신청한 뒤 문화재로 지정되면 보존처리를 거쳐 현재 신축 중인 범어사 성보관에 전시할 계획이다.

참고로 범어사의 문화재 환수 노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7월에도 그간 행방을 몰랐던 조선 후기 칠성도(七星圖) 세 점을 스위스 취리히 경매에서 사들였고 그해 9월에는 서울옥션을 통해 또 다른 칠성도 두 점을 매입한 바 있다.

약 60여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불교문화 유산 ‘범어사 신중도’. 문화재의 소중함과 숭고한 불교 역사를 알리는 데 범어사 신중도가 소중한 자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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