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이시연 수습기자] 내가 먹는 음식이 곧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시대이다. 소위 ‘먹방’이라 불리는 맛집 방송이 즐비하고 있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우리 동네 맛집 소개 글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음식은 더 이상 배고픔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닌 생활 속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그렇게 ‘그로서란트’는 어느덧 생활 속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아직은 대중적이지 않은 그로서란트(grocerant)는 식료품점을 뜻하는 글로서리(grocery)와 레스토랑(restaruant)의 합성어로 대형매장과 일부 백화점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렇게 새로운 외식문화로 자리 잡은 그로서란트는 식사와 장보기가 동시에 가능해 ‘복합식품매장’이라고도 불린다.

(연합뉴스 제공) 롯데마트 그로서란트 매장 '스테이크 스테이션'
(연합뉴스 제공) 롯데마트 그로서란트 매장 '스테이크 스테이션'

주로 대형마트나 백화점 식재료코너에 조그마한 조리시설 매장을 마련해 놓고 셰프가 주둔하고 있는 형태인데 육류부터 해산물, 채소, 생과일주스 등 자신이 직접 고른 재료를 가지고 셰프에게 요리를 부탁하면 직접 조리하는 과정을 볼 수 있어 더욱 믿음직스럽다. 또한 그 자리에서 바로 먹을 수 있어 매력적인 외식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스스로를 위한 소비가 늘어난 것 또한 ‘그로서란트’가 각광받는 또 다른 이유이다. 타인과의 관계 유지를 위한 비용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경험적 소비를 선호함에 따라 1인 테이블로 구성된 혼밥집이나 혼술집을 즐겨 찾고, 단순히 먹는 것을 넘어 ‘눈으로 먹는 음식의 경험’ 또한 중요시 되고 있다.

그로서란트는 아직 생소하지만, 그래도 이를 찾는 소비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그로서란트 매장 운영이후 식품 코너 일평균 방문자 수가 1.4배 증가했다고 나타났다. 또한 그로서란트 매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소고기, 랍스터, 회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그로서란트의 인기는 비단 국내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파이낸셜포스트(Financial Post) 등 캐나다 매체에 따르면 현지 그로서란트 시장 규모는 연간 10억 달러(한화 약 8771억)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며 현지 마트와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 등 미국계 매장을 중심으로 그로서란트 도입이 활발하다.

한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해외에서 한식을 홍보할 수단으로 ‘그로서란트’를 활용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캐나다와 미주에서 한식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아시안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그로서란트 매장을 개설해 우리 농식품을 홍보할 틈새시장으로 공략하자는 것이 취지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그로서란트 공간을 도입한 마트나 백화점에서는 식사와 장보기를 마친 고객들이 오랜 시간 머물며 쇼핑을 유도하는 ‘샤워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집밥이 대세였던 과거와는 달리 간편식이 대세가 된 지금, 단순 푸드코트에서 벗어난 그로서란트는 점차 그 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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