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지난 9월, 영양제 주사를 맞으러 산부인과에 온 임신부에게 낙태 수술을 한 의료진이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은 지난 8월 서울 강서구의 한 산부인과에서 임신부인 한 베트남인 여성의 동의 없이 낙태 수술을 한 혐의이다.

당시 베트남 여성은 임신 6주차로 영양제 수액을 맞으러 병원에 갔지만, 간호사는 본인 확인도 하지 않고 다른 환자로 착각해 수면 마취를 했고 의사도 별다른 확인 없이 낙태 수술을 집도했다. 피해자는 이들을 ‘부동의 낙태죄’로 고소했지만 경찰은 낙태의 고의가 없는 것으로 보아 업무상 과실치상죄로 입건했다.

본문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Wiki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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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의 낙태죄’는 임신부 동의 없이 낙태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며 동의가 없었다는 점에서 동의낙태죄에 비해 불법이 가중된다. 이번 사건에서 의사와 간호사는 경찰 조사에서 환자를 헷갈렸다고 진술하며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하지만 의사에게 업무상 과실치상죄를 적용한 것이 주목받았다. 

경찰이 처음에는 부동의 낙태죄 혐의를 검토했지만 임신부가 낙태 수술을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해 반대 의사 자체를 표현할 수 없었던 점을 고려했기 때문에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이어 경찰 관계자는 "부동의 낙태죄는 산모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낙태를 고의적으로 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하지만 이번 사건은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업무상 과실치상죄는 임신부 몸에 대한 것인데, 태아가 숨졌으니 과실치사도 가능하지 않느냐는 의문을 품는다. 그래서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우리 형법에서는 태아 단계는 독립적인 인격체로 보지 않아 치사 또는 살인 혐의를 적용하고 있지 않다.

업무상 과실치상죄로 해당 의사가 유죄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의사 자격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 면허 취소 요건은 업무상 비밀누설, 허위 진단서 작성, 진료비 부당 청구,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성범죄나 살인죄 같은 강력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은 받지만 면허 취소 요건에 없기 때문에 의사면허가 취소되지 않아 이에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부동의 낙태죄와 업무상 과실치상죄는 처벌이 확연히 다르다. 부동의 낙태죄는 고의로 한 것이기에 형량이 더 높을 수밖에 없고 혐의가 적용되면 3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업무상 과실치상죄는 과실이기 때문에 실제로 중하면 처벌이 될 수 있으며 2년 이하의 금고이다.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환자를 확인하지 않고 집도를 한 것에 대해서 과실이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의사 면허에 대한 개정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는 만큼 이번 사건이 의료시스템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확인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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