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지민] 가톨릭과 관련한 문화가 깊숙이 깃든 ‘바티칸’. 이 곳은 가톨릭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으로 가톨릭과 관련된 다양한 건축물과 예술작품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바티칸은 특유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1984년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바티칸에는 가톨릭의 본거지인 만큼 교황을 보좌하며 전 세계 가톨릭 신도를 통치하는 중앙기관인 교황청이 있는데, 특히 이 곳에는 그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문화유산이 남겨져 있다. 그 중 ‘바티칸 비밀문서고’가 최근 명칭을 변경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바티칸 교황청의 각종 귀중 문서를 보관 및 관리하는 부속기관 '바티칸 비밀문서고'(Vatican Secret Archive)의 명칭이 ‘사도문서고’(Vatican Apostolic Archive)로 변경된다. 독일 dpa통신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28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교황 자의교서를 발표했다.

바티칸 비밀문서고는 바오로 5세 교황 때인 17세기 초반에 설립되었다. 비밀문서고에는 교황의 각종 외교문서와 서신, 교황의 회계 장부 등 희귀 자료들이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가치가 빛나는 곳으로 그 양도 어마어마해 비밀문서고에 보관되어 있는 선반을 다 연결하면 길이가 무려 84㎞에 달할 정도다.

바티칸 비밀문서고에는 하나하나 소중한 자료들이 보관되어 있다. 특히 오랜 역사적 가치가 빛을 발휘하는데, 가장 오래된 문서는 8세기 무렵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때문에 세계 가톨릭 역사와 문화의 보고로도 불린다.

이렇게 중요한 자료들이 보관되어 있는 만큼 바티칸 비밀문서고에는 아무나 출입할 수 없다. 1881년부터 학자들에게 일부 접근이 허용됐는데, 허가를 받은 학자라도 보고 싶은 문서의 이름을 정확히 확인하고 요청해야 열람이 가능하다. 그나마도 보관된 문서가 한꺼번에 모두 공개되는 것은 아니며, 각 교황의 재위 기간이 끝나고서 70년 뒤 차례로 공개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에 따라 현재는 비오 11세가 교황으로 재위한 1939년까지 문서들만 열람이 가능하다.

다만, 교황청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과 겹치는 비오 12세(1939∼1958) 재위 기간 문서의 경우 이례적으로 내년 2월에 공개하기로 한 바 있다. 그동안 유지된 원칙대로라면 공개 시점이 2028년인데 이를 8년이나 앞당긴 것. AP통신에 따르면 이는 전쟁 기간 교황청의 역할 등을 재조명해야 한다는 학계 등의 압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참고로 비오 12세는 전쟁 기간 독일 나치의 홀로코스트 만행 등에 침묵했다는 등의 논란이 제기된 교황으로, 교황청은 이를 감안해 공개 시점을 앞당겼다.

이렇게 오랜 가치가 숙성되어 온 바티칸 비밀문서고의 이름이 왜 변경 되는 것인지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 이에 대해 교황은 '비밀'(Secret)이라는 용어가 주는 부정적인 인식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명칭 변경 사유를 밝혔다. 실제로 애초 비밀문서고라는 이름은 라틴어인 '아르키붐 세크레툼'(Archivum Secretum)에서 유래됐는데, 사실 이는 비밀문서고라기보다는 개인 문서고라는 의미가 더 강했다고 한다.

이처럼 부정적 인식을 떨치기 위해 ‘사도문서고’로 명칭을 바꾸는 바티칸의 ‘비밀문서고’. 오랜 역사를 이어온 뛰어난 가치의 문화유산들이 더욱 세심히 보존되어, 후세에도 영원히 인류가 만들어온 종교 문화의 위대함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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