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잠깐 화면에 등장해도 잊을 수 없는 그녀의 연기는 짧은 시간에도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존재감을 뽐내며 당당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배우 정영주. 맡은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하며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장면마다 화제를 모으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 정영주를 만나 보았다.

PART 1. 여전히 가슴을 뛰게 하는 연기

[사진/카라멜이엔티]
[사진/카라멜이엔티 제공]

-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랑 부딪치는 것이 좋고 연기하는 것이 너무 좋은 배우 정영주입니다. 반갑습니다!

- 배우를 꿈꾸게 된 시기나 계기가 있나요?
사실 배우를 꿈꾼 적이 없었기에 딱히 계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뮤지컬을 하면서 배우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요. 요즘은 내 직업이 배우라는 것에 대해서 하루하루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대중들이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를 보면서 “삶을 느끼고, 많이 공감돼요” 그런 말을 들으면 ‘이 직업이 참 좋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즐기면서 하고 있죠.

- 뮤지컬로 데뷔를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대에 처음 올랐을 때 기억이 나나요?
그럼요. 처음 올랐던 무대를 잊을 수 없죠. 94년 6월, 엄청 오래됐죠? 하하하. 그때 뮤지컬 <스타가 될 거야>라는 작품이 첫 작품입니다. 당시에는 마냥 신나고 떨리고 흥분되고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느낌이었는데요. 제가 눈에서 레이저를 쏘던 시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끔은 그때 그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어요. 물론 지금은 그때와는 다른 온도로 레이저를 쏘고 있지만 그때 열정적이었던 에너지가 지금의 정영주를 만들었습니다.

[사진/카라멜이엔티]
[사진/카라멜이엔티 제공]

- 그럼 본인의 모습이 처음 화면에 나왔을 때는 어땠나요?
제가 화면에 처음 나왔을 때가 tvN 드라마 <시그널>의 껍데기 집 사장님으로 나왔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이제훈 배우에게 매우 미안하고 고마워요. 사실 제가 그때 민낯으로 연기를 했거든요. 그때 그 친구가 적잖이 놀란 모습이었던 같기도 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연기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해요. 하하하. 그리고 민낯인 제 얼굴이 화면으로 볼 때 어색하기도 한데 재미도 있고 저의 현실을 느끼게 해주었던 출연이라 절대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제 얼굴에 대해서 고민해봤던 계기가 되기도 했죠. ‘드라마에 익숙한 얼굴이 되려면 ’내 얼굴이 조금 더 섬세해져야겠구나!‘하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 지금은 화면에 비치는 본인의 모습에 만족하나요?
사실 100% 만족하지는 않지만 그 모습이 ‘나’임을 인정해요. 처음부터 주인공감이 아니었기에 제 얼굴을 불편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한 장면 한 장면이 너무 소중해서 분량에도 크게 개의치 않는 편이에요. 대중들이 보시는 모습이 제 모습이고, 얼굴 또한 부모님이 물려주신 거죠. 화면에 주름이 조금 있게 나오면 어때요. 인간은 누구나 녹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멋지게 녹슬어야겠죠?

[사진/카라멜이엔티]
[사진/카라멜이엔티 제공]

- 정말 배우로 활동을 오래 했는데 힘든 적은 없었나요?
물론 있죠. 왜 없겠어요. 예전에 공연을 하다가 성대파열이 왔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아, 나는 이제 끝인 건가...’하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뭔가 제가 벌을 받는 것만 같더라고요. 그래서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너무 저 자신을 소진하고 혹사시켰구나하며 반성했죠. 그때 우울증도 얻었고 한동안 약물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가족이 있었고 사랑하는 아들을 돌보기 위해서 정신을 차렸죠. 그때 이후로 성대가 완벽한 상태는 아니지만 제가 여전히 노래를 할 수 있고 연기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이렇게 꾸준히 일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강한 자가 끝까지 가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가는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말을 믿어요. 눈뜨면 일하러 가는 일이 흔쾌하지는 않지만 벌써 그런 날들이 쌓여 25년이 되었습니다. 미룰 수 없는 일도 많았고 가족들을 포함해 친한 사람들을 특별하게 생각하니까 일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제가 뮤지컬 쪽에서는 별명이 ‘이벤트 정’이거든요. 하하하. 어쩌면 에너지 덕분에 힘든 것도 참아가며 견뎌낸 것 같습니다.

[사진/카라멜이엔티]
[사진/카라멜이엔티 제공]

-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계속해서 지금처럼 이어가는 거죠?
물론이죠. 드라마도 제가 해내야 하는 것들이 있고, ‘오늘’이라는 날에 대해 집착을 하니까 그게 25년이 되었습니다. 물론 힘들고 넘어질 때도 있겠지만 이러면서 또 앞으로 나아가겠죠. 언젠가는 근사한 디너쇼 같은 공연을 꼭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연령대를 높여서 공감할 수 있는 노래나 장면들을 보여드리고 싶고, 배우 정영주도 있겠지만 사람 정영주도 있잖아요. 정영주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거죠.

- 연기를 하면서 본인과 비슷한 캐릭터가 있었나요?
음... 앞서 말씀드렸던 드라마 <시그널>이라는 작품에서 15년 후 쯤의 껍데기집 사장님? 하하하. 아마 많은 분이 ‘오므라이스 아줌마’라고 기억하고 계실 것 같네요. 그때 연기를 할 때 제 방식으로 표현하기도 했고요. 작품의 모습처럼 따뜻하고 푸근하게 늙고 싶습니다.

- 이때까지의 작품 중에서 본인이 뽑는 최고의 명장면이 있나요?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제가 집안 행사는 꼬박꼬박 챙기는 맏며느리 역할을 맡았었거든요. 한 씬에서 제가 엄마(고두심) 앞에서 제사상 물린 후 제기를 닦으며 반드시 이혼할 거라고 발악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건 연기가 아니었어요. 그 순간은 제 이야기였거든요. 아프긴 했지만 그걸 연기로 표현할 수 있었음에 감사했던 장면입니다.

[사진/정영주_인스타그램]
[사진/정영주_인스타그램]

그야말로 뿜어내는 에너지가 너무나도 예쁜 배우 정영주. 오랜 시간 활동하며 당당한 미소를 잃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다음 시간에는 드라마 <황금정원>에서의 활약을 마감하는 소감과 함께 배우 정영주의 또 다른 매력을 알아보도록 하자.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