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논란 속 조국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지 35일 만인 오늘 전격적으로 사의를 밝혔다. 조 장관은 14일 오후 2시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사직 의사를 밝혔다.

14일 사의를 표명한 조국 장관 [연합뉴스 제공]
14일 사의를 표명한 조국 장관 [연합뉴스 제공]

조 장관은 서울대 법대에서 형법을 전공하고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국가보안법 철폐운동 등에 앞장서며 진보진영의 대표적 소장파 법학자로 꼽혔다. 그러던 중 특히 2010년 대담집인 '진보집권플랜'을 통해 진보 세력이 집권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대안을 직접적으로 제시하면서 현실 정치에 들어섰다.

그렇게 법학자 출신인 조 장관이 변호사 출신인 문 대통령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2012년 대선에 즈음해서다. 2011년 12월 북콘서트에서 사회를 맡은 조국 당시 서울대 교수가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었던 문 대통령에게 '(대통령이 되면) 법무부 장관에 누구를 임명할 생각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이 관객들을 향해 "조국 교수는 어떻겠습니까"라고 농담반 진담반 조로 말했고, 이 발언은 화제가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장관 [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장관 [연합뉴스 제공]

이후 문 대통령의 발언은 실제 그의 정치 행보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재직하던 2015년, 조 장관은 당내 혁신위원으로 활동하며 당 혁신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2017년 대선 국면에서는 조 장관이 문 대통령을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나섰다. 당시 교수였던 조 장관은 SNS에서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문 대통령을 측면 지원하다가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전국을 다니며 직접 유세차에 오르기도 했다.

그 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조 장관을 전격 발탁했다. 그렇게 조 장관은 문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검찰과 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에 앞장섰고 현 정부 핵심 국정기조였던 '적폐청산'을 진두지휘했다. 이 과정에서 조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사법개혁을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그렇게 청와대 원년 멤버가 된 조 장관은 2년 2개월의 참모 생활을 마치고 지난 7월 26일 청와대를 떠나 보름여만인 8월 9일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그러나 후보자 지명 이후 야권과 언론을 통해 조 장관과 가족의 사모펀드 투자 논란, 딸의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장학금 특혜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정국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 장관에게 그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는 이유로 지난달 9일 조 장관을 임명했다.

14일 사의를 표명한 조국 장관 [연합뉴스 제공]
14일 사의를 표명한 조국 장관 [연합뉴스 제공]

그러나 문 대통령의 굳은 의지와 다르게 이후 여야 간 대립뿐 아니라 여권과 검찰 간 갈등으로까지 이슈가 증폭되고 서초동·광화문 집회로 국론 분열 양상까지 보이면서 문 대통령으로선 국정 운영의 부담을 안게 됐다.

그리고 결국 임명 이후 35일 만에 사퇴 의사를 밝힌 조 장관. 그는 "저는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다.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길었을 35일을 뒤로하고 그가 언급했던 자연인의 길로 내려오고 말았다.

14일 사의를 표명한 조국 장관 [연합뉴스 제공]
14일 사의를 표명한 조국 장관 [연합뉴스 제공]

한편 조국 법무부 장관이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재임 기간이 헌정사상 여섯 번째로 짧은 법무부 수장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조 장관은 지난달 9일 0시 임기를 시작해 사의 표명을 공식화한 14일 오후 2시까지를 기준으로 35일 14시간 동안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했다.

조 장관보다 짧게 재직한 역대 법무부 장관은 모두 5명이다. 최단 기록은 김대중 정부 시절 '43시간' 동안 재직한 안동수 전 법무부 장관이 갖고 있다. 그리고 김영삼 정부 시절의 박희태 전 장관도 9일이라는 단기간 재직 기록을 갖고 있다. 이 외에 김태정 전 장관(14일), 이병하 전 장관(15일)이 엇비슷한 기록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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