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오용과 남용을 부추기는 허술한 약물관리 실태는 꾸준히 도마 위에 오르는 우리사회의 고질병으로, 여론의 숱한 뭇매를 맞아 왔지만 쉽게 개선되지 않아 국민들의 건강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최근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하나의 약물 관리 실태가 또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에토미데이트의 수입량이 많이 늘어난 데다 불법 유통·판매 문제가 심각해지는 만큼 마약류 의약품으로 지정해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에토미데이트는 내시경이나 수술 시 사용했을 때 프로포폴과 유사한 효과를 내는 전신마취제의 일종이다. 프로포폴과 유사한 특성을 보이지만, 2011년 마약류로 지정된 프로포폴과 달리 에토미데이트는 전문의약품으로 관리되고 있다. 특히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되어 관리가 까다로워진 이후 에토미데이트의 수입량이 급증해 오용과 남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지난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에토미데이트 수입량은 2010년 6만3천개에서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된 2011년 17만5천490개로 2.8배 폭증했다. 이후 2018년 52만3천920개가 수입돼 2010년부터 2018년까지 8.3배 증가했다.

수입량이 늘면서 병·의원에 공급된 에토미데이트도 늘어났다. 김순례 의원(자유한국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에토미데이트-프로포폴 공급현황'에 따르면 에토미데이트 공급금액은 2014년 14억7천만원에서 2018년 23억7천만원으로 60%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프로포폴 공급금액이 261억원에서 320억원으로 22% 증가한 것보다 증가율이 3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특히 에토미데이트의 불법 유통·판매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가 지난 7월 에토미데이트 불법 유통·판매가 의심되는 10개소를 현장 조사한 결과, 의료기관 2곳과 도매상 3곳에서 총 1만5천700개의 에토미데이트를 빼돌린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은 거래명세서상으로는 도매상이 해당 의원에 공급한 것으로 한 뒤 실제로는 공급하지 않고 중간에 빼돌려 개인에게 양도한 것으로 추정됐다.

마약류로 지정된 프로포폴과 유사한 특성을 보이지만, 전문의약품으로 지정되어 오용과 남용의 우려를 사고 있는 에토미데이트. 정 의원은 "에토미데이트의 오남용 문제와 불법 유통·사용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현재 식약처에서 마약류 지정 근거 마련을 위해 시행 중인 의존성 평가를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마약류 지정 등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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