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벌도 사람처럼 잠을 자야 활동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일벌들은 여왕벌이 낳은 알과 애벌레, 번데기 등 새끼를 돌볼 때는 잠을 80%까지 줄이고 양육에 전념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과학저널 '셀(Cell)'을 발행하는 '셀프레스'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히브루 대학의 기 블로크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벌집 내 새끼를 돌보는 호박벌의 행동을 비디오 등으로 밀착 분석한 결과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실었다.

애벌레를 돌보는 호박벌 [레이첼 로슨 제공]
애벌레를 돌보는 호박벌 [레이첼 로슨 제공]

벌을 비롯한 곤충과 무척추동물도 잠을 자야 한다는 것은 앞선 연구들을 통해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곤충은 잠을 어떻게 자느냐?’라는 궁금증이 많은데 곤충이 잠을 잘 때는 일정한 자세를 잡고 움직이지 않으며 주변의 소음이나 접촉 등에 대한 반응도 늦다.

연구팀은 호박벌 군집 내에서 여왕벌이 낳은 알이 애벌레와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될 때까지 양육을 담당하는 일벌과 꿀을 수집하는 벌 등을 벌집 내 감시 카메라와 자동 행동모니터링 시스템 등으로 포착해 분석했다.

그 결과 일벌들이 애벌레와 번데기를 돌볼 때 잠을 희생해가며 이들을 감싸 안아 체온을 유지하게 해주고 벌집을 보수하고 벌방을 만드느라 잠을 잘 틈도 없이 분주하게 돌아갔다. 특히 새끼가 다 자라 더는 양육이 필요 없는 단계에서도 여전히 잠을 줄여가며 돌봄 활동을 하고, 자신들의 새끼가 아닐 때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꿀과 꽃가루를 수집하는 벌들은 양육 일벌들과 달리 24시간 주기 생활 리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곤충이 새끼를 돌보기 위해 잠을 줄인다는 점을 보여주는 첫 증거라면서 말벌이나 개미 등과 같은 사회성을 가진 다른 곤충들에서도 비슷한 양육 형태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일벌의 행태를 철새가 이주기에는 잠을 줄이고 초파리는 짝짓기를 위해 잠을 자지 않는 등 일부 동물이 일정한 자연조건에서는 잠을 줄일 수 있다는 추가적인 증거로도 해석했다.

사람이나 설치류, 파리 등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건강이 악화하고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블로크 교수는 이와관련, 이번 연구 결과는 호박벌이 잠을 줄이는 데 따른 건강이나 인지기능 상의 부작용은 없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 비용(부작용)이 없다면 이는 뇌나 다른 세포조직을 손상하지 않고 잠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게 해주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도대체 어떤 메커니즘이고, 잠의 기본적인 기능은 무엇인지에 대한 또 다른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것"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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