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경제 불황이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보험 약관대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6년에 전년대비 4.7% 늘었던 보험 약관대출 잔액이 2018년 8.8%의 증가율을 보였다.

‘보험 약관대출’은 보험금을 담보로 한 약관대출로 보험을 해지하면 돌려받을 수 있는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대출받는 구조다. 가입되어 있는 보험 상품의 금액에 비례해 대출 가능 금액이 산정되는데, 내가 낸 보험금이 담보가 되기 때문에 대출 문턱이 낮아 경기가 어려울 때 많이 이루어지는 '불황형 대출'로 불린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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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로서는 이자 차이로 쉽게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경품을 앞세워 약관대출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도 한다. 보험 상품에 가입되어 있다면 아마 한두 번쯤 보험 약관대출 안내를 문자나 앱을 통해 받아본 적 있을 것이다. 고객이 낸 보험료를 담보로 돈을 빌려줘 떼일 위험도 없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많은 홍보를 하는 것이다.  

보험 약관대출은 몇 가지 장점을 지닌다. 우선 대출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 보험에만 가입되어 있다면 간편한 본인확인 절차만 거쳐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다. 또한 갚는 것도 자유롭다. 중도 상환 수수료 없이 언제든 상환할 수 있어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그러나 대출 장벽이 낮은 만큼 단점도 명확하다. 이자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엔 보험 계약이 해지돼 보험 본연의 역할인 보장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그리고 금리도 높은 편이다. 판매 보험 상품의 예정이율(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장하는 금리)에 가산금리(신용도 등 조건에 따른 금리)를 더해 산정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규 약관대출 평균 금리는 생보 5.4%, 손보 4.4%였다. 사실 1금융권 이외의 대출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다지 높은 금리는 아니지만, 그만큼 스스로 쉽게 대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는 만큼 꼭 필요한지에 대한 고심이 필요하다.  

이러한 보험 약관대출이 꾸준히 증가하며 불경기 상황을 여실히 말해주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제윤경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5일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보험약관 전체 대출 잔액은 2015년 52조7천525억원에서 2016년 55조2천350억원, 2017년 58조7천279억원, 2018년 63조9천151억원이었다. 3년간 21.2%가 늘었다. 전년대비 증가율을 보면 2016년 4.7%, 2017년 6.3%, 2018년 8.8%로 오름세다.

보험약관 신규 대출액도 증가추세에 있다. 2015년 37조7천134억원이었지만 2016~2018년에 각각 38조4천95억원, 40조8천931억원, 44조592억원으로 3년간 증가율은 17.0%였다.

제 의원은 "나중에 힘든 일이 있을 때를 대비해 넣은 돈을 당겨쓴다는 것은 어려운 가계가 많다는 것"이라며 "복지 사각지대를 잘 살펴 무리하게 약관대출을 이용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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