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지민] 지금은 화석으로만 남아있는 ‘데니소바인’은 ‘네안데르탈인’과 함께 약 5만 년 전만 해도 현생인류와 공존하며 일부는 통혼까지 하고 섞여 산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중 데니소바인은 약 30만 년 전부터 5만 년 전까지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거주했으며 현생인류보다는 네안데르탈인에 더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파푸아뉴기니 원주민들은 유전자의 약 5%를 데니소바인에게서 물려받은 것으로 분석돼 있다.

유럽을 무대로 삼았던 ‘네안데르탈인’은 비교적 많은 화석이 발굴돼 생김새가 자세히 고증돼 있어 잘 알려져 있다. 반면에 동남아까지 진출한 ‘데니소바인’은 새끼 손가락뼈와 치아 3개, 아래턱뼈가 지금까지 발굴된 화석의 전부여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한 연구팀에 의해 데니소바인의 얼굴이 복원되어 화제다.

20일(우리시간) 과학저널 '셀(Cell)'지를 발행해온 '셀프레스'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히브루 대학의 유전학자인 리란 카멜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손가락뼈 화석 등에 남은 유전자에서 ‘해부학적’ 정보를 끄집어내, 사상 처음으로 데니소바인 소녀의 얼굴을 과학적으로 복원해 공개했다.

연구팀은 DNA 염기서열을 그대로 둔 채 유전자 활동에 영향을 주는 화학적 조정인 'DNA 메틸화', 이른바 후성적 패턴을 토대로 데니소바인의 해부학적 특징을 구성했다. 우선 3개 사람족(hominin)의 DNA 메틸화를 비교해 차이점을 확인한 뒤 이 것이 해부학적으로 어떤 차이를 가져오는지를 따졌다.

연구팀은 데니소바인 화석에 더해 네안데르탈인 2명과 침팬지 5마리, 현생인류 60명(현대인 55명+4만5천~7천500년 전 고대인 5명)의 DNA 자료를 확보해 비교했다. 그 결과, 데니소바인에게서 현대인이나 네안데르탈인과는 다른 해부학적 특성 56개를 확인했다. 이 중 34개는 두개골에서 나타났는데, 현대인이나 네안데르탈인보다 측두골이 넓고 치아가 배열된 치열궁(齒列弓)이 긴 것이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으로 꼽혔다. 그리고 반대로 얼굴이 길쭉하고 골반이 넓은 것은 네안데르탈인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다른 연구팀에서 진행 중인 데니소바인 하악골 연구 결과도 이번에 복원된 데니소바인과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데니소바인 소녀의 가상 얼굴을 복원했고, 네안데르탈인과 다르면서도 닮은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화석 기록이 없어도 DNA 메틸화를 이용해 해부학적 특성을 복원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으로 광범위하게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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