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 디자인 최지민] 마라의 열풍은 아마 영화 ‘범죄도시’부터였을 시작되었을 것이다. 악당 장첸이 중국 음식점에서 ‘마라룽샤’를 맛나게 먹는 장면에서 중국 요리, 특히 ‘마라’에 대해 많은 관심이 모였다.

마라(麻辣)는 ‘저릴, 마비될 (麻·마) 매울(辣·랄)’이라는 뜻으로 혀를 마비시킬 만큼 얼얼한 맛을 말한다.

마라는 중국 쓰촨 지역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이 지역은 유난히 습하고 기온이 높아 음식이 금세 부패하곤 했다. 이를 막기 위해 사람들은 음식에 향신료와 고추 등을 듬뿍 넣었는데 맵고 얼얼한 맛이 더운 여름에 땀을 흠뻑 내게 하면서 이열치열 효과로 여름을 이겨내며 즐겨먹게 된 것이 마라의 시작이다. 따라서 마라는 맛 자체의 의미도 있지만 향신료인 화자오(花椒)와 매운 고추를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 역시 유난히 매운맛을 선호하기 때문에 마라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하게 되었고 매운맛에 대한 도전욕구는 물론 향과 맛 자체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취향에 부합하여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특히 산쇼올(sanshool) 성분으로 혀를 마비시킬 만큼 싸한 맛을 내는 화자오는 매운맛 열풍이 불고 있는 우리나라에 매우 적합한 향신료가 아닐까.

그렇다면 대표적인 마라음식은 무엇들이 있을까?

먼저 ‘마라룽샤’가 있다. 앞서 ‘범죄도시’라는 영화에서 소개되었던 이 음식은 민물새우에 마라 양념으로 볶은 음식이다. 가재의 담백함과 마라의 얼싸한 맛이 어우러져 높은 맛의 시너지 효과를 낸다. 단점은 단단한 가재의 껍질을 까야 하기 때문에 비닐장갑은 필수이며 깔끔하게 먹기 힘들기 때문에 첫 데이트에는 추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마라탕이 있다. 마라탕은 중국식 샤부샤부인 훠궈의 홍탕과 비슷한 국물 요리로 훠거는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즉석에서 끓여가며 먹지만 마라탕은 양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등의 육류와 각종 해산물 및 채소, 중국식 당면과 건두부 및 곱창, 햄, 완자, 버섯, 만두 등 다양한 재료를 주방에서 끓여 일품요리로 낸다.

마라탕이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많은 음식점들이 생겼지만 최근 위생문제가 제기되면서 한풀 꺾인 상태다.

세 번째로 마라샹궈가 있다. 마라샹궈는 ‘마라 향이 나는 냄비 음식’이라는 뜻으로 마라탕과 같은 재료를 이용하여 만든다. 마라탕과의 차이는 육수를 넣어 끓이는 것이 아닌 볶는 요리라는 것이다. 식당에서 재료를 미리 정해서 만들어 주는 곳도 있지만 냉장 진열대에서 손님이 직접 재료를 골라 무게나 개수로 가격을 책정하는 곳도 있다.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마라권(마라 음식점이 집 근처에 있는 곳), 마라위크(마라 음식을 먹는 주간), 혈중마라농도 등 다양한 신조어도 만들어낸 마라의 인기. 한국인의 취향을 저격한 마라의 열풍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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