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아련] 한국화의 아이콘이라 떠오른 김현정 작가의 개인전이 9월 2일부터 9월 14일까지 펼쳐졌다. 김현정 작가의 23번째 개인전인 <계란 한 판, 결혼할 나이>는 자아 의식 정립 과정을 다룬 것으로 김 작가의 ‘내숭 시리즈’의 연장선이다. 한국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김현정 작가의 이번 전시회에 대해 알아보자.

PART1. 한국화가 가진 고유의 멋에 빠진 김현정 작가

[사진/김현정아트센터 제공]
[사진/김현정아트센터 제공]

-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올해로 만 서른 살이 된 한국화가 김현정입니다. 아마도 저를 한복 입은 화가 또는 한복 입은 여자를 그리는 화가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저는 일상 속에서 한복을 입고 활동하는 모습을 다룬 자화상, ‘내숭시리즈’를 그려 왔습니다. 이번에는 평창동에서 ‘계란 한 판, 결혼할 나이’라는 이름으로 결혼을 주제로 한 전시를 열게 되었습니다.

- 동양화과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예술고등학교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커리큘럼에 맞추어 전공을 정해야 하는 것은 숙명같은 일이었습니다. 많은 날을 고민으로 보낸 기억이 떠오르네요. 처음에는 디자인 쪽으로 진로를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무렵 우연히 만난 오주석 선생님의 <한국의 미 특강>이라는 책을 읽고 마음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주로 김홍도 선생의 작품들을 ‘한국의 미’라는 관점에서 해설하고 조명한 책인데, 그 때 우리 한국 미술의 아름답고 뛰어난 전통에 정말 큰 감동을 받았어요. <무동>과 <씨름>에 나타난 김홍도 선생의 위트와 섬세한 관찰력, 그리고 생동감이 넘치는 운필 능력을 좇아서 이루고 싶었고, 그런 생각이 제가 동양화 고유의 기법과 재료를 고집하도록 이끌었습니다.

[사진/김현정아트센터 제공]
[사진/김현정아트센터 제공]

- 어린 나이 때부터 미술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애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저는 초등학교를 들어가면서부터 어린 나이부터 미술을 시작했는데요. 제가 미술을 시작한 계기는 사실 친언니의 공이 컸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에도 저는 언니를 무척 좋아하고 잘 따랐거든요. 예술중학교 진학을 목표로 부지런히 학원을 다니면서부터는 세 살 터울의 언니를 쫓아 수시로 화실을 드나들게 된 것이 미술 인생의 시작이었지요. 예술중학교 준비생들 틈바구니에서 저는 이름보다는 별명이 더 유명한 아이였는데요. 언니 오빠들에 비해 저는 너무 어리고 작아서 코딱지로 불리곤 했었어요. 아직도 웃음이 나는 재미있는 일화입니다.

- 이번 개인전 <계란 한 판, 결혼할 나이> 소개 부탁드립니다.

2018년 12월에 한국미술협회가 주최한 ‘제 12회 대한민국 미술인의 날’ 행사에서 대한민국 미술인상 청년작가상을 수상했는데요. 이번 전시는 그 수상을 기념한 초대전입니다. 전시 이름은 <계란 한 판, 결혼할 나이>입니다. 여성으로서 서른이라는 나이를 다들 의미 깊게 보시더라고요. 나이가 차서 결혼해야 하는 나이라고요. 저를 비롯한 제 또래 세대들이 겪는 결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고민들을 전시에 풀어내려 하였습니다. 평창동에 있는 ‘금보성 아트센터’에서 9월 2일부터 9월 13일까지 약 2주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시를 합니다.

[사진/김현정아트센터 제공]
[사진/김현정아트센터 제공]

- 지난 개인전 <내숭 놀이공원>과 이번 <계란 한 판, 결혼할 나이>는 어떤 것들이 달라졌나요?

우선 단적으로 ‘시리즈’의 변화가 있습니다. 20대의 제 자화상과 30대의 자화상의 차이가 ‘내숭’과 ‘결혼’을 통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타인이 등장한다는 점도 차이점이네요. 이전에는 내숭녀 1인만 화폭에 담겼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명화의 구도와 이미지를 재해석한 작품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결혼에 대한 제 생각들을 어떻게 하면 위트 있고 압축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끝에 새롭게 해 본 시도입니다. 예를 들어 ‘결혼: 천지차이’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결혼: 생각하는 예비신부’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결혼: 웰컴 투 시월드’는 뭉크의 ‘절규’의 구도와 이미지를 빌려 온 것입니다. 단순한 차용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사진/김현정아트센터 제공]
[사진/김현정아트센터 제공]

- 결혼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결혼을 앞두고 느낀 생각과 감정들을 다룬 전시인 만큼, 저 역시도 결혼에 대한 숱한 고민들을 했는데요. 결혼에 대해서 계속 생각해보니 막막하고 불안하게 느껴졌습니다. 우선 집을 마련하는 것부터,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시댁과의 관계 등 저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짐처럼 느껴졌습니다. 결국 결혼에 대한 제 감정의 본질이 불안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전시도 결혼이 현실로 다가온 서른 살 한국 여성의 불안감이 주된 주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전시를 통해 다양한 분들과 소통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결혼에 대한 장점이나 새로운 시각에 대한 사고 전환을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결혼은 개인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니, 이번 ‘계란 한 판, 결혼할 나이’ 전을 대화의 장으로 삼아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어요.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소질을 보인 김현정 작가는 한국화의 매력에 빠지게 되어 자신의 자화상을 화폭에 담았다. 사람들에게 다소 고전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한국화를 센스 넘치고 위트 있게 재해석해 친근하게 다가갔다. 다음 시간에는 김현정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해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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