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 디자인 최지민] 자동차가 전복이 되면 이를 본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먼저 운전자의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달랐다. 종종 화물을 실은 트럭이 전복을 하면 근처 주민들이 ‘총 출동’을 하는 것이다.

시간은 거슬러 2008년 1월 15일, 중국의 맥주를 실은 트럭이 전복되면서 도로에 맥주가 쏟아졌다. 그러자 인근에 있던 주민들과 그 길을 지나가던 운전자들이 내려 맥주를 자연스럽게(?) 챙겨갔다. 게다가 갑자기 아이들이 달려들더니 해당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혀 인터넷을 발칵 뒤집어 놓기도 하였다.

이런 사건은 한 두 번이 아니다. 2014년 1월 10일 허난성 난양시의 한 고속도로에서 사과 20톤을 실은 트럭이 전복됐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인근 주민들은 저마다 바구니를 하나씩 들고 몰려와 도로에 쏟아진 사과를 주워 담았다.

당시 차량 운전자를 포함한 3명의 탑승자는 가벼운 부상을 당했는데 이들은 자신들의 상처를 살필 틈도 없이 주민들의 사과 강탈을 막아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현장에 있었던 경찰들도 막아보았지만 통제가 불가능했다. 결국 현장에 떨어진 사과는 주민들에게 모두 털렸고 당시 피해액은 7만 위안(약 1230만 원)에 달했다.

또 지난 2015년 8월 26일에는 한 고속도로가 빗길에 미끄러져 전복되었다. 이 트럭은 수천 마리의 병아리들을 싣고 있었고 트럭이 전복되자 병아리들은 도로로 쏟아져 나왔다. 또 이 소식을 들은 인근 마을 주민들과 도로를 주행하던 운전자들이 도로로 몰려 일대 교통은 순식간에 마비되었다.

이들은 박스와 비닐봉지를 이용해 도로에 떨어진 병아리들을 주워 담기 시작했는데 역시 경찰이 출동을 해 저지하려 했지만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다. 결국 트럭 운전사는 이 광경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지켜봐야 했고 약 5만 위안(당시 915만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2018년 8월 31일, 중국 산둥성 북부 더저우에서 5톤 분량의 복숭아를 싣고 가던 화물 트럭이 자동차와 충돌해 전복했다. 이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사고 현장으로 출동해 과일들을 훔쳐 가기 시작했고 전복 사고 현장을 통제하려 출동한 경찰들이 이를 막으려 했지만 경찰의 눈길을 피해 10여 명의 여성들이 계속해서 복숭아를 훔쳤다.

경찰이 이들을 제지하자 오히려 한 여성은 “내가 법을 어긴 것이냐! 그렇다면 우리 모두를 잡아가라!”라며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 현행 법률에 따르면 폭동이나 화재 등의 사고로 인한 현장에서 물건을 훔칠 경우 15일 구금형 혹은 1000위안(약 16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된다. 하지만 이런 현장 절도범들에 대한 처벌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전복사고 소식이 들려오면 주민들이 물건을 담아 갈 것을 들고 현장에 출동을 하는 것이 빈번한 것이다.

이런 중국 사람들의 성향을 빗대어 한때 SNS에서는 음료수 트럭이 전복되어 주민들이 이를 훔치러 오자 그 사이 집들이 철거됐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이 주민들은 개발 지역에서 버티고 있었는데 관공서가 이 사람들을 집 밖으로 유인하기 위해 일부러 트럭을 전복시키는 전략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트럭 전복 소식은 중국 주민들에게 매우 솔깃한 유혹이 된다는 말이다.

왜 이런 행위가 반복되는 것일까? 이는 이기주의와 대중심리가 합쳐졌기 때문이다. 트럭의 전복으로 인해 화물이 쏟아지는 것에 트럭 운전사를 도와줘야겠다는 이타주의보다 자신이 이득을 보겠다는 이기주의가 앞서고 주민 전체와 주변 운전자들이 모두 절도에 참여하다 보니 대중심리가 더해져 도덕심마저 엷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지난해 3월 우리나라의 도로에서 트럭이 전복됐을 때 뒤따르던 운전자들이 힘을 합쳐 현장을 정리한 것과 비교했을 때 매우 대조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모르는 사람이 위험에 처했을 때 도와주지 않는 외면문화와 더불어 중국 사회의 도덕수준을 낮추는 트럭 전복 도난 사건들. 중국에서도 트럭이 전복되면 트럭 운전사부터 돕는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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