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보행자를 위해 차를 멈추고 양보하는 운전자는 10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이달 6일과 9일 청주와 대전의 왕복 4차선 도로에서 제한속도 시속 50㎞·30㎞ 도로를 구분해 보행자 횡단 안전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횡단하려 할 때 운전자가 양보한 경우는 11.3%에 불과했다고 발표했다.

무신호 횡단보도 운전자 미양보 비율 88.7% 달해 [한국교통안전공단 제공]

먼저 공단에서 수행한 ‘보행자 횡단 안전도 조사’에 따르면,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80회 횡단을 시도하였으나, 보행자의 횡단을 위해 운전자가 정차한 경우는 단 9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제한속도가 시속 30km인 도로에서는 보행자의 20.0%가, 시속 50km인 도로에서는 보행자의 2.5%만이 운전자의 양보를 받아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었다. 특히, 양보를 받지 못한 경우에는 횡단보도에 접근하는 차량이 모두 지나갈 때 까지 기다렸다가 횡단보도를 건너야만 했다. 이때 횡단까지 소요된 대기시간이 시속 50km 도로는 37.3초, 시속 30km도로는 14.0초로, 시속 50km도로에서 23.3초 더 길었다. 여기서 대기시간은 횡단을 시도한 때부터 횡단을 시작하기 직전까지의 시간을 말한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시속 30km 도로의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횡단의사를 나타내는 수신호를 했을 때 차량의 감속여부도 함께 조사되었다. 보행자의 횡단의사 수신호를 한 경우 52.9%의 차량이 감속하였으며, 수신호를 하지 않은 경우는 34.5%의 차량만이 감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횡단의사 표시별 운전자 감속비율 조사결과 [한국교통안전공단 제공]

한편, 최근 3년간(`16-`18) 발생한 ‘횡단 중 사고’는 총 70,594건으로, 2,853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여, 전체 차대사람 사망자수 중 60.4%를 차지했다. 정부는 이러한 보행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하여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한 ‘보행자 우선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 제도는 보행자가 도로 횡단을 하고 있을 때뿐만 아니라, 횡단을 위해 횡단보도 앞에 서있는 때에도 운전자가 일시정지 및 서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27조제1항은 ‘모든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에는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아니하도록 그 횡단보도 앞(정지선이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는 그 정지선을 말한다)에서 일시정지 하여야 한다.’고만 명시하고 있다.

보행자가 손을 들어 횡단의사를 표시했음에도 감속조차 안하는 차량이 47.1%가 넘는 다는 점은, 우리나라의 열악한 보행문화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제한속도가 낮을 때 양보차량의 비율과 대기시간이 긍정적으로 나타난 만큼, 도시부 속도하향 정책이 사망자 감소뿐만 아니라 안전한 보행환경 조성에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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