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 디자인 이연선] 현지 시간 지난달 15일 영국의 고액권인 50파운드 지폐의 초상 인물로 천재 수학자이자 현대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런 튜링이 선정됐다.

튜링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잠수함 암호기 ‘애니그마’를 해독한 영국의 수학자로 유명하며 인공지능(AI) 창조의 기틀을 마련했다. 또한 기계의 사고 능력을 판별하는 '튜링 테스트'를 창시하기도 했다.

‘튜링 테스트’는 기계가 인간과 얼마나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인간과의 대화를 통해 기계에 지능이 있는지를 판별하고자 하는 테스트이다.

앨런 튜링은 1950년에 철학 저널에 <계산 기계와 지성(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며 기계가 지능적이라고 간주할 수 있는 조건을 언급했다.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는 긍정적이라고 답변하면서, "컴퓨터가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라는 핵심 질문에 대해 그는 "컴퓨터로부터의 반응을 인간과 구별할 수 없다면 컴퓨터는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튜링은 50년 후에는 보통 사람으로 구성된 질문자들이 5분 동안 대화를 하며 컴퓨터의 진짜 정체를 알아낼 확률이 70%가 넘지 않도록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앨런 튜링은 이런 논리만을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실험 방법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방법은 후대 과학자들에 의해 결정되었고 그의 이름을 따 ‘튜링 테스트’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테스트는 컴퓨터, 그리고 그 컴퓨터와 대화하는 사람, 그것을 관찰하는 심사위원으로 구성된다.먼저 컴퓨터와 사람은 채팅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 대화를 한다. 심사위원은 이들의 대화와는 격리되어 있고 주고받는 대화의 텍스트만을 관찰할 수 있다.

심사위원은 그 텍스트 내용만으로 누가 사람인지 구별해야 한다. 튜링은 심사위원이 대화 내용을 보고 사람과 기계를 구별하지 못하면 그 기계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튜링의 핵심 주장이다. 그리고 컴퓨터가 전체 심사위원 가운데 1/3 이상을 속이면 그 컴퓨터는 사람의 사고를 기반한 인공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받게 된다.

그러다 65년 만에 최초로 튜링 테스트의 벽을 넘어선 컴퓨터가 나오게 되는데 바로 영국의 레딩대학교가 개발한 컴퓨터 프로그램 유진 구스트만(Eugene Goostman)이다. '유진'과 대화를 나눈 심판 25명 중 33%가 ‘나의 대화 상대자는 진짜 인간이다’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 합격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는데 그 이유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10대 소년으로 설정했기에 대화가 조금 엉성하더라도 심판이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었고 시험 시간 역시 5분은 너무 짧다고 주장했다.

테스트 방법에 대해서 완벽하지 않다는 많이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대의 인공지능을 이미70년 전에 예상한 앨런 튜링에게 충분히 박수를 보낼 만하다. 기술적 발전이 현재도 진행 중인 만큼 인간의 질문에 단도직입적으로 대답하거나 인간의 미묘한 언어의 뉘앙스를 이해할 수 있는 날이 그리 머지만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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