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남극의 쌓인 눈에서 태양계 인근의 대형 별이 폭발하는 '초신성(supernova)'으로 생긴 성간 먼지의 흔적이 발견됐다. 

미국물리학회(APS)와 과학전문 매체들은 독일 뮌헨공대 핵물리학자 귄터 코르치네크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이 남극의 눈에서 초신성 때 생기는 철의 동위원소인 '철-60'10개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남극 코넨기지 인근에서 20년이 안 된 비교적 새로 쌓인 눈을 약 500㎏ 수거해 뮌헨공대로 옮겼다. 

남극의 설원(연합뉴스 제공)
남극의 설원(연합뉴스 제공)

연구팀은 눈을 녹이고 기화시켜 먼지와 미소운석을 걸러낸 뒤 이를 소각해 가속질량분석기(AMS)에 넣고 철-60 동위원소를 찾을 수 있었다. 

철-60은 초신성 때 주로 생기지만 고에너지 입자인 우주선(宇宙線)이 태양계의 먼지에 부딪혀 만들어낼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동위원소인 '망간-53'의 비율과 비교하는 검증 절차도 거쳤다. 

연구 결과 망간-53 대비 철-60 비율은 우주선이 철-60을 만들 때 나올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높게 나타나 태양계 밖 초신성으로 생성돼 남극 설원에 떨어진 먼지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철-60 동위원소는 앞선 연구에서 해양 침전물과 달 표면 등에서도 검출된 것으로 발표됐지만 이는 수백만년전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이번 연구는 20년이 안 된 남극의 눈을 사용했기 때문에 지구에 아직도 초신성으로 생성된 철-60 동위원소가 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결과는 우주에서 태양계의 위치를 이해하는 데 그 의미가 있는데, 태양계는 성간매질(물질)이 평균을 훨씬 밑도는 '국부거품(Local Bubble)' 안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국부거품은 초신성의 충격파가 성간물질을 밀어내면서 생긴 것으로 태양계는 국부거품 안에서도 밀도가 약간 더 높은 '국부성운(Local Interstellar Cloud)' 안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연구팀은 철-60 동위원소 검출은 국부성운도 초신성의 영향으로 만들어졌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코르치네크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12일 발행되는 APS 저널인 '물리학 리뷰 회보(Physical Review Letters)'에 실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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