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1953년 개봉된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이탈리아 아이스크림 '젤라토'를 맛있게 먹던 곳으로 유명한 ‘스페인 계단’. 

영화를 떠나서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하는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스페인 계단은 콜로세움, 바티칸, 트레비 분수 등과 같이 반드시 찾는 명소다. 300년의 역사가 숨쉬고 있기도 하다. 

스페인 광장에서 삼위일체 성당(Trinita dei Monti)까지 135개로 이뤄진 스페인 계단은 사람이 많은 만큼 소매치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되기도 하지만 관광객들이 시내 투어를 하다 젤라토를 먹거나 휴식을 취하기도 하며, 현지인들의 만남의 장소로도 유명하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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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 스페인 계단에 앉기만 해도 벌금을 맞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6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로마 경찰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스페인 계단과 주변 문화재를 보호하고자 최근 관광객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새 규칙을 시행하기로 했다.

올 여름 초입 시행에 들어간 새 규칙에 따라 계단에 앉거나 눕는 행위, 계단에서 아이스크림 등 음식을 먹는 행위, 계단 아래 배 모양의 바르카치아 분수에 몸을 담그고 물을 마시는 행위 등이 금지된다.

상의를 벗어 상반신을 드러내거나 여행 가방을 끄는 것도 제한된다. 만약 이를 어기면 정도에 따라 160∼400유로(약 21만∼54만원) 사이의 벌금이 부과된다.

다소 당황스러운 이번 조치는 이른바 '오버 투어리즘'으로 로마의 대표적인 문화 유산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스페인 계단과 광장의 대리석이 수년간의 대기오염 영향으로 색이 변질되고 있는데다 관광객들이 뱉은 추잉 껌, 마시다 흘린 와인·커피 등으로 얼룩져 더는 방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화재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제제의 정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음식을 먹거나 무거운 케리어를 끌지 말아야 한다는 정도까지는 몰라도 앉는 것조차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것. 그러나 일각에서는 예술적 걸작의 문화 유산에 함부러 앉는 것은 당연히 안 된다는 의견이 팽배하게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필리핀의 테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보라카이 폐쇄를 명령했다. 환경정화 활동과 복구공사 등을 위해서다.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고, 또 현재 개장 이후의 모습으로 그의 결정에 지지를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그로인해 큰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는 쪽도 만만치 않다. 환경과 유산을 보호하려는 각국의 노력과 의지, 본받아야 하고 응원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그로인해 피해 받는 사각지대는 없는지 신중한 검토가 전제 되어야 할 것이다. 

로마에서는 눈으로 보는 대부분이 유적이라고 할 정도로, 그 자체로 보여 지고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이제는 스페인 계단에 앉아 젤라토를 먹으며 힘든 여정을 잠시 쉬어가는 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운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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