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 디자인 김미양] 오래된 성곽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종종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위, 아래에 비해 가운데 부분이 유독 불룩하게 튀어나온 부분이다. 마치 사람의 뱃살처럼. 실제로 이런 모습 때문에 성곽의 그러한 현상은 ‘배부름 현상’이라고 부른다.

전주시는 풍남문 성돌의 균열과 배부름 현상이 심화함에 따라 정밀안전진단을 위한 예산 확보에 나서는 한편 관람객 안전을 위해 접근 제한 펜스를 설치하고 안내문을 부착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시는 조만간 정밀안전진단 용역에 필요한 2억원가량의 예산을 문화재청에 요청한 뒤 결과가 나오는 2020년 상반기에 처리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성돌 10여개가 밖으로 2∼3㎝ 튀어나온 배부름 현상은 수년 전부터 발생해 점점 심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풍남문은 2016년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정기조사에서도 성돌의 배부름 현상 등으로 'C등급'을 받았다.

당시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들 성돌의 이탈로 인한 성곽의 붕괴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관람객 안전 확보와 임시 보강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이탈 원인을 분석하고 보존 방안을 찾기 위한 정밀안전진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성곽의 배부름 현상은 과거 다른 곳에서도 발견되었다. 지난 2016년 4월 경기도가 남한산성 성곽을 점검한 결과 남문 서쪽 성곽에서 배부름 현상이 관찰된 것. 이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성곽 형태를 지지하는 석축 등이 자연스럽게 유실되는 것이 원인이다. 특히 집중호우 기간에는 물기를 한껏 머금은 토사가 성곽의 배부름을 더 가중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연적인 원인으로만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성곽 주변에서 개발 공사를 하거나 그 외적인 외부요인이 있을 경우 성곽의 배부름 현상이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에 나타난 충남 공주 공산성의 배부름 원인은 당시 정부의 4대강 개방 사업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기도 했다)

한편 이번에 문제가 된 풍남문의 성돌은 1389년 고려의 제34대 공양왕이 축조한 풍남문은 조선 시대인 1767년(영조 43년) 화재로 소실됐다가 1982년 현재 모습으로 복원됐다.

전주시 관계자는 "전문가들은 밖에서 풍남문으로 흘러들어온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아 배부름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정밀안전진단 용역을 통해 보수 등의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문화재가 훼손되면서 인류의 가치가 훼손 될 수도 있는 배부름 현상. 면밀한 검토와 보전을 위한 방안을 반드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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