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의사소통 능력은, 사회적 동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원동력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 소통이 처음부터 원활했던 것은 아니다. 수 천, 수 만년의 세월 속에 개인, 집단, 나아가 국가 사이의 ‘소통’은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거쳤고, 현재가 ‘소통의 완성’을 특정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볼 수도 없다. 개인을 나타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비춰볼 때 이를 표준화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그 누구도 다수와 다른 상황에 대해 ‘틀렸다.’ 라고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출생 이후 영·유아기를 거치며 발달 과정에 있어 크고 작은 문제에 직면한다. 선·후천적 요인을 막론하고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언어가 늦거나 발달 전반에 지연이 있을 수 있고, 감정 표현이 서투를 수도 있다. 이는 적절한 시점에서의 통합적 치료를 통해 개선 및 호전될 수 있다. 이러한 치료는 나와 타인의 다름을 차이로 인정하고, 각 개인의 발달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가정과 사회, 세상과의 끊어진 부분을 이어주며 세상 속에서 함께 소통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개인·그룹 치료 등 통합적 접근을 통해 사회의 온전한 구성원으로서의 아이들에 대한 미래를 꿈꾼다는 안산 누리이음아동발달센터의 이미선 센터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누리이음아동발달센터의 이미선 센터장 
▲ 누리이음아동발달센터의 이미선 센터장 

Q. 누리이음아동발달센터의 설립 취지를 이야기해준다면 

A. ‘누리이음’이라는 이름 자체가 본 센터와 선생님들에 대한 정체성이자 설립 취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을 예스럽게 부르는 ‘누리’와, 이어서 합한다는 뜻의 ‘이음’이라는 단어의 합성어로, 전문성과 인격을 고루 갖춘 선생님들을 모시고, 아이와 가족, 친구, 세상을 이어줄 수 있는 센터가 되고자 2016년, 1월에 설립했다. 

Q. 누리이음아동발달센터의 주요 상담 및 치료프로그램을 설명해준다면 

A. 현재 본 센터는 임상경력이 풍부한 선생님들과 함께 놀이치료·사회성그룹치료·사회인지치료,언어치료,인지학습치료,감각통합치료,작업치료 등을 진행하고 있다. 치료에 앞서, 아이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정확한 평가가 이뤄져야 적절한 치료가 가능하기에 숙련된 임상심리사가 아동의 지능, 언어, 주의 집중력, 문제해결 능력, 학습 능력 및 사회 정서 발달 전반에 대한 객관적인 검사를 통해 종합적 심리평가를 진행한다. 더불어, 영·유아 아이들을 위한 언어, 놀이, 감각통합 등 영역별 발달 평가도 진행한다. 

 치료 영역에 있어서 같은 진단을 받은 아이라 하더라도 개인별 특성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치료 과정에 있어 아이가 가진 특성과 발달과제를 중심으로 치료적 개입에 들어가고, 각 영역별로 개별수업과 그룹수업 진행하여, 아이들의 발달 뿐 아니라 실제 배운 기술과 과제들을 일반화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한다. 

예컨대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는 타인과의 눈 맞춤과 호명반응, 공동주의 반응 등에 대한 어려움이 있고 자신의 의사를 비언어적으로나 언어적으로 표현하는데 제한적인 경우가 있다. 이 때 자신을 조절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며, 타인과의 사회적 관계 형성, 제스처 & 언어를 이용해 상호작용과 의사소통능력을 향상 시킬 수 있도록 감각통합치료사, 언어치료사, 놀이치료사가 함께 사례회의를 통해 치료개념화를 하고 통합적으로 접근해 아이의 발달을 돕는다. 또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가정과 연계하여 함께 지도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안한다. 

Q. 누리이음아동발달센터에서 진행하는 상담·치료 과정에 있어 궁극적 목표가 있다면?

A. 궁극적 목표라 함은 센터의 이름과 같이 ‘세상과 이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이야기했듯, 치료나 상담을 통해 아이들의 발달을 촉진시켜, 가정과 사회 안에서 적응하여 가족, 친구, 선생님, 그리고 세상과 이어져 더불어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며 치료에 임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는 삶의 문제에 대해서 늘 극복하려고 애를 쓴다. 극복하고 이겨내려는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반대로 그 문제가 내 삶에 변하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현재를 잘 적응하고, 그 안에서 누리는 삶을 사는 것도 이겨내는 것의 한 부분이며 더욱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이 세상에는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 해서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으니까.. 나는 센터에 오시는 아이들과 어머님들이 작은 변화부터 큰 변화까지, 그리고 오늘보다 나아진 내일을 감사하며 힘을 낼 수 있으시면 좋겠다. 

▲ 누리이음아동발달센터 전경, 내담자의 손편지(우측 하단)
▲ 누리이음아동발달센터 전경, 내담자의 손편지(우측 하단)

Q. 누리이음아동발달센터만의 특징이 있다면?

A. 본 센터의 자랑은 ‘시스템’ 이다. 현재 한대앞점, 고잔점 두 곳을 운영 중이다. 시스템 하면 눈에 보이는 조직을 생각할 수도 있는데, 누리이음의 시스템은 곧 ‘사람’이다. 명확한 가치와 철학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지식과 인격을 갖춘 선생님들이 함께 소통하며 통합적인 접근을 통해 치료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새롭게 오시더라도 자신의 치료 방향과 관점만 고집하며 좁은 시각으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누리이음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 안에서 넓은 시각을 가지고 통합적으로 접근하며 치료에 임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센터를 설립한지 3년 8개월을 접어드는 지금까지도 어떠한 카페 활동 없이도 부모님들께서 신뢰해주시고, 또 주변에 소개도 해 주시는 것 같다. 

Q. 누리이음발달센터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관과 철학이 있다면?

A. 센터 운영과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바로 ‘신뢰’이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는다. 기관과 각 담당 선생님, 찾아오시는 부모님과 아이들이 각 각 서로 신뢰하며 긴밀하게 협력할 때 비로소 견고해질 수 있다. 어떤 일이든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만 속도가 나온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소통’이다. 소통해야만 서로 신뢰를 확인할 수 있을 뿐더러 더 좋은, 더 나은 방식을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치료가 다 마찬가지이지만, 그 중에서도 애착, 불안, 우울 등 정서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만날 때는 더욱 더 신뢰가 중요하다. 불안정 애착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타인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에 관계를 맺는데 특히 어려움이 있다. 회피적으로, 저항적으로 관계를 맺기도 하고, 자신을 거절할까봐 두려워하기도, 또는 분노하기도 한다. 이때 치료사는 그 관계 안에서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어야 한다. 안정적인 관계의 재 경험을 시켜주고, 타인의 거절에 대해서도, 그것이 내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아이가 가지고 있는 왜곡된 신념 대신 합리적 신념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데 있어 신뢰가 바탕이 될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Q. 센터 운영에 있어 가장 보람찬 순간이 있다면

A.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사실 매우 단순하다. 눈맞춤을 잘 하지 않는 자폐 스펙트럼 아이가, 눈을 맞추며 웃을 때, 자기주장을 잘 못하는 아이가 자신이 하고 싶은 게임을 골라 이야기 할 때! 매 치료 순간이 보람찬 순간이다. 또는 매우 더디게 발전하는 듯 보여도 어느 순간 아이들이 도전과제를 해내는 것을 볼 때 치료사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느낀다. 
그리고 치료과정이라는 것이 단기간에 마무리되기도 하지만, 이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야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부모님의 마음과 태도인데, 어머님의 내면이 더욱 건강해져 상황가운데 더 단단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

Q. 앞으로의 전망과 목표에 대해 이야기해준다면 

A. 누리이음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신뢰와 소통을 통해 성장해 초심을 잃지 않고, 아이들과 세상을 이어주는 일에 계속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박사 과정을 시작하는데, 발달심리 및 발달병리와 관련된 연구 및 교육현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전문가로 성장하고 해당 학문의 전반적인 수준과 질적인 향상, 인재를 양성하는 일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남한은 현재 영유아 검진 시스템으로 소아과에서 조기 선별이 가능하며, 이후 소아정신과, 발달센터 등의 기관에서 관련 전문가에게 평가와 치료가 가능하지만, 현재 북한에는 조기 선별 및 평가, 치료 시스템이 미비한 실정이고, 교육 기관과 전문가도 거의 전무한 상태이므로, 앞으로 통일이전에라도 남북한의 교류가 활성화된다면 북한의 장애서비스의 확충과 문제 개선에 참여할 수 있길 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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