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현대·기아자동차가 2012년 세타2 엔진의 핵심 결함을 파악해 내부적으론 태스크포스(TF)를 통한 대응에 나서고도 국내 소비자 대상 리콜은 5년 후에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도 자발적이어야 할 ‘리콜’이 무색하게도, 미국에서의 두 차례 세타2 엔진 리콜 이후 '내수 차별'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이후였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현대·기아차 법인과 신종운 현대차 전 품질 총괄 부회장 등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국내에서 세타2 엔진 결함 문제가 최초로 발생한 것은 2010년 9월이다.

현대·기아차 [연합뉴스 제공]

야심차게 내놓은 '세타2 엔진'...그러나

앞서 현대차는 2009년 11월 국내 최초의 순수 독자기술이라며 GDi(Gasoline Direct Injection/직접 분사) 시스템을 적용한 세타2 엔진을 공개했다. 신기술이라는 타이틀 아래 쏘나타(YF), 그랜저(HG), K5, K7, 스포티지 등 현대·기아차 주력 차량에 적용된 세타2 엔진. 그런데 공개 1년이 채 안 돼 결함이 신고 되기 시작했다.

특히 2012년 11월엔 강원도 원주 중앙고속도로에서 주행 중인 그랜저의 엔진이 파손됐고, 2013년 12월엔 수원 영동고속도로에서 K5 엔진 파손이 발생했다. 또 2015년 6월에는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그랜저 화재 사고가 일어났다. 연이어 엔진 결함이 의심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세타2 엔진에 대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2010년 5월부터 세타2 엔진 결함이 지속적으로 보고되자 현대차는 2012년 초 전사적으로 참여하는 '파워트레인 내구품질강화 TFT'를 만들었다. 검찰 조사 결과 이 TFT는 세타2 엔진의 '콘로드 및 베어링 파손·소착'을 1순위 개선 대상으로 선정한 뒤 각종 설계·공정 변경 조치를 수차례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콘로드 베어링 파손·소착은 리콜의 핵심 요인이 된 문제다.

엔진에는 피스톤의 직선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변환시키는 '크랭크 샤프트'와 '커넥팅 로드(콘로드)'라는 부품이 있다. 봉처럼 생긴 두 부품의 원활한 회전을 위해 콘로드에 베어링을 장착하는데, 이 베어링이 손상·마모돼 크랭크 샤프트에 눌어붙는 현상인 소착이 발생하면 콘로드가 제대로 회전할 수 없게 되거나 파손된다. 파손 때는 도로 주행 중인 자동차 시동이 갑자기 꺼지거나 엔진오일이 흘러 불이 날 위험이 있다. 운전자의 안전과 생명에 위협을 끼칠 수 있는 문제다.

파손이 일어난 세타2 엔진 [교통안전공단 보고서 발췌]

공정은 보완...국내 리콜은 밍기적

현대차는 문제 해결을 위해 2013년 8월 이후 공정을 보완했으나 그 이전 제작된 차량에 대해선 바로 리콜 등 시정 조치에 나서지는 않았다. 검찰은 현대차가 내구품질강화 TFT와 미국에서 2015년 6월부터 진행된 세타2 장착 차량 리콜 과정을 통해 미국뿐 아니라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 엔진에도 '콘로드 베어링 소착, 콘로드 파손으로 인한 주행 중 시동 꺼짐과 엔진 파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현대차는 미국에서만 2015년 9월 47만대, 2017년 3월 119만대 리콜을 했다. 현대차는 미국 공장의 공정 문제 때문에 콘로드에 먼지가 들어가 문제가 발생했을 뿐 국내 생산 엔진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다 현대차가 국내 '자진' 리콜을 결정한 것은 국토교통부가 제작결함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직전인, 2017년 4월이었다.

검찰은 "(현대차가) 울산·화성 엔진공장에서 생산돼 국내 판매된 쏘나타, 그랜저 등 17만1천352대에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제작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지체 없이 그 결함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결함을 시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이 자동차 제조사의 '늑장 리콜'을 자동차 관리법 위반 혐의로 조사해 기소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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