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김미양] 일본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수출규제를 단행하며, ‘무역 보복’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는 더욱 직접적으로 대(對)한국 무역 규제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 우려를 사고 있다.

일본이 자신들의 우방국인 ‘백색국가’ 명단,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법령 개정이 이르면 8월 초 이뤄질 전망이다.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 되면 한국은 더 이상 일본의 ‘우방국’이 아닌 위협적인 국가로 분류되고 당연히 수출 품목에 제한 조치가 내려지게 된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다면 무기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1천100여개 대한국 수출 물품은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뀐다. 이들 품목을 한국으로 수출하려면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일본은 반도체 등 한국경제에 당장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부터 조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0일 일본 현지 언론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이르면 8월 2일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각의 개최일을 고지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다음 달 2일 열리는 각의에서 한국의 백색국가 제외를 결정할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게 점쳐진다.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 반도체 이외에 한국이 미래 산업으로 주력하는 전기차나 일본 의존도가 높은 화학, 정밀기계 등도 타깃이 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일 주요 산업의 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방직용 섬유, 화학공업, 차량·항공기·선박 등의 대일 수입의존도는 90%가 넘는 것으로 분석했다. 전기차 배터리와 수소전기차 탱크에 들어가는 필수 소재부품 역시 상당수가 일본산이기 때문.이에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배터리업체들은 백색국가 배제에 대응한 대비책을 고민 중이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1일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고시한 이후 세계무역기구(WTO)와 미국에 잇달아 고위급 인사를 파견하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을 벌였다. 하지만 일본의 입장에는 별다른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도 각의 날짜를 정확히 알 수는 없더라도 백색국가 배제는 예정된 수순이라고 보고 단기 및 중장기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백색국가에서 배제된다고 해서 한국으로의 수출길이 완전히 막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정부 역시 이번 조치가 수출규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민간용으로 사용되는 정상 수출의 경우 허가를 내주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반도체처럼 한국 산업 내 비중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수출을 막거나 추가 서류를 요구하며 허가를 지연하는 '꼼수'를 부릴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은 기업이 천몇개 품목을 수출할 때마다 신청서를 내면 건건이 봐서 검토하겠다는 이야기"라며 "유리한 품목을 넣다 빼는 식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10년 일본이 중국으로부터 수출 제한 조치를 받을 당시 "수출제한 조치가 일본만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WTO를 위반하는 것이며 세계 각국과 공동으로 중국에 시정을 요구할 것"이라 주장했던 것을 상기하며 일본을 비판하고 있다. 당시 중국에 대해 차별적 조치를 지적했던 일본이 이번에는 반대로 한국에만 수출규제를 하는 차별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 심지어 일본은 전략물자통제에 참여하지 않는 중국과 대만, 싱가포르 등에는 3년 특별포괄허가제를 유지하면서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에 모두 가입된 한국은 백색 국가에서 빼려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러자 정부는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를 대비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외교부 및 경제 관계 부처들과 수시로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9일 반도체·디스플레이와 조선업계를 대상으로 수출규제 관련 설명회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다음 달 9일까지 항공, 기계·공작기계, 자동차·자동차부품,전자정보·통신, 석유제품, 바이오, 정밀화학·뿌리, 섬유·탄소섬유, 세라믹·전지, 철강·비철금속, 드론업종 설명회를 차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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