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 디자인 김미양] 더운 날씨로 서유럽이 난리다. 연일 섭씨 40도를 웃도는 맹렬한 더위 기세에 서유럽 전역이 일주일째 신음하고 있는 것.

이번 더위는 사하라 사막의 열풍이 이베리아반도를 거쳐 서유럽으로 밀려들면서 본격화된 것인데, 기상학자들은 이런 서유럽의 여름철 폭염이 새로운 일상, 즉 '뉴노멀(New-normal)'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뉴노멀은 본래 시사 경제 용어로 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으로, 경제 위기 이후5∼10년간의 세계경제를 특징짓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는 변화된 기상 현상이 특이현상이 아닌 일반적인 현상으로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최근 서유럽은 날씨는 그야말로 폭탄 급이다.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수도 파리의 최고기온은42.6도로 역대 최고를 나타냈고, 독일 북서부 니더작센주(州) 링겐도 같은 기온으로 독일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됐다.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도 최고기온이 40도를 넘기며 연일 최고기록이 깨졌으며 섭씨 40∼42도는 사우나에서도 가장 뜨거운 '열탕'의 수온에 해당한다. 프랑스 언론은 파리 기온이 이집트 수도 카이로보다 더 높은 날이 이어지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기록적 더위에 서유럽 곳곳에서는 온열 피해와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남부 스티리아에서는 2세 유아가 주차 중 과열된 자동차 안으로 기어 올라간 후 탈수증으로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벨기에에서는 마약성 약물을 구하려 앤트워프항구의 컨테이너에 잠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2명의 남성이 빠져나오지 못하자 스스로 경찰에 전화를 걸어 구조를 요청하고 체포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철도 의존도가 높은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일부 마을은 선로가 고온에 늘어나는 것을 막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로 선로를 흰색으로 도색하기도 했다.

독일 서부 쾰른에서는 자원봉사들이 더위에 지친 행인에게 공짜로 식수를 나눠주는가 하면, 말라버린 라인강둑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시민들이 목격됐다.

일반적으로 서유럽은 가정과 공공장소에서 에어컨 없이도 큰 불편을 느끼지 않은 채 여름을 지냈다. 하지만 이런 폭염으로 현재 서유럽의 모습은 당황스러울 정도다. 파리에서는 선풍기 재고가 동났고, 지하철에는 손부채로 더위를 쫓는 승객을 쉽게 볼 수 있다.

한편 온실가스가 지구의 온도를 계속 높여 앞으로 폭염이 더 자주 찾아오고 더 극악해질 것이란 게 기상학자들의 전망이다.

미국 조지아대 마셜 셰퍼드 교수(기상학)는 "유럽과 그 외 세계 각지에서 '역대급 더위'가 나타나는 기후변화 '유전자' 같은 게 생겼다"면서 "불행히도 이런 경향은 계속 강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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