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대부분 동물의 성(性)은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다. 대부분 그 성이 평생 유지되는 것처럼 인식되지만 물고기는 예외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영화 ‘니모를 찾아서’에서 나오는 흰동가리나 흑돔, 은대구 등은 성전환 물고기 군에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약 500종(種)의 물고기들은 암컷에서 수컷으로, 수컷에서 암컷으로 성체를 바꾸기도 한다. 이처럼 어류 중 일부가 성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수십년 전에 확인됐다. 

하지만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또 왜 바꾸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궁금증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뉴질랜드 오타고대학과 외신 등에 따르면 이 대학 해부학과 에리카 토드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산호초 주변에 사는 성전환 어류인 '블루헤드 놀래기'를 통해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그들은 블루헤드 놀래기의 유전자 등을 분석해 성전환 과정을 규명한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신호에 발표했다.

케빈 브라이언트 제공
케빈 브라이언트 제공

블루헤드 놀래기 중 머리 부분이 푸른 수컷이 몸집이 더 작은 노란색의 암컷들과 무리를 지어 생활하며, 수컷이 다른 물고기에게 잡아먹히는 등 변을 당하면 암컷 중 가장 강한 것이 수컷으로 바뀐다. 암컷은 수컷이 사라지고 불과 수분에서 수시간만에 영역을 지키려하는 등 수컷화 양상을 보이기 시작하며 8~10일 뒤에는 완전한 수컷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 플로리다주 키스에 서식하는 블루헤드 놀래기 여러 무리에서 수컷을 제거하고 성이 바뀌는 암컷의 뇌와 생식기에서 DNA를 추출해 유전자가 어떤 변화를 겪는지를 추적했다.

그 결과 암컷의 난소 유지에 필요한 유전자가 가장 먼저 꺼지고 그 뒤 고환 형성을 촉진하는 새로운 유전자가 지속해서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쇄적 변화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아로마타아제(aromatase) 유전자의 스위치가 꺼지면서 시작되지만, 왜 무엇이 그렇게 만드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무리를 이끌던 수컷이 사라지는 사회적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가 난소를 유지하는 유전자의 스위치를 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어류뿐만 아니라 동물 전반에 걸쳐 성을 결정하고 유지하는 복잡한 유전자에 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하면서 블루헤드 놀래기의 난소가 고환으로 초고속으로 바뀐 것은 의학 분야에서 장기 배양 등에도 응용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연구에 대한 반론도 있는 상황. 조지아주립대학의 척추동물 성전환 발달과 진화에 관한 전문가인 매튜 그러버 부교수는 AP통신과의 회견에서 블루헤드 놀래기 암컷의 성전환이 스트레스로 촉발됐다면 일상의 스트레스로 성이 바뀌는 것을 어떻게 피하겠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다른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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