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이 뇌 발달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한 단백질의 기능을 밝혀냈다.

뇌 발달 장애는 인지·운동 능력 저하 등 기능 문제를 비롯한 선천성 뇌질환을 유발한다. 과학자들은 뇌가 정확히 어떤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지 알아보려 노력했지만 수많은 유전자와 환경 인자가 관여하는 만큼, 뇌 형성 과정은 아직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 있다.

2일 KIST 뇌과학연구소 오우택 소장, 홍규상 박사팀은 쥐의 대뇌 발달 과정에서 '아녹타민1' 단백질의 역할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뇌 발달 과정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선천성 뇌질환 치료법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홍규상 박사가 쥐 뇌 신경 시료를 이용해 염소이온 채널 '아녹타민1'의 활성을 측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홍규상 박사가 쥐 뇌 신경 시료를 이용해 염소이온 채널 '아녹타민1'의 활성을 측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아녹타민1은 염소이온이 세포 안팎으로 드나들 수 있게 '채널'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본래 사람을 비롯한 동물 배아의 뇌 발달에는 신경줄기세포가 주요 역할을 담당한다. 신경줄기세포는 다양한 신경계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세포인데 신경세포(뉴런)를 증식시킬 뿐 아니라 적당한 위치로 옮기는 일까지 수행하기 때문이다. 또 신경줄기세포가 뉴런을 옮길 때는 긴 다리 같은 '섬모'를 활용하는데, 뉴런은 줄기세포가 뻗은 섬모를 사다리처럼 타고 목표 지점까지 간다. 그러나 줄기세포가 어떻게 섬모 길이를 조절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아 왔다.

그런데 이번에 연구진은 아녹타민1이 신경줄기세포의 섬모 길이 연장의 핵심 요인임을 알아냈다. 특히 이 단백질이 활성화되면 신경줄기세포가 증식하고 섬모 길이도 연장됐다. 이에 따라 뉴런 위치는 물론이고 뇌 크기까지 조절됐다.

아울러 연구진은 아녹타민1이 없는 유전자 변형 쥐의 경우 신경줄기세포 섬모 길이가 일반 쥐보다 짧은 것도 확인했다. 뉴런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않았고 뇌 크기도 일반 쥐보다 작았다.

오우택 소장은 "신경줄기세포에서 아녹타민1 이온 채널의 역할을 재조명해 동물의 뇌 신경 형성 과정에 대한 이해 범위를 한층 넓힐 수 있었다"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이어 "이 연구 결과가 두뇌 형성 과정 오류로 인한 뇌질환에 대한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초석 역할을 하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KIST 뇌과학연구소 오우택 소장, 홍규상 박사팀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6월 18일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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