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강이나 호수, 지하수와 같이 염분의 함유량이 낮은 육지의 물. 강이나 호수, 지하수와 같이 염분의 함유량이 낮은 육지의 물을 민물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염분이 없는 물이 바다에 있다고 하면 믿을 수 있을까.

언뜻 보면 논리적으로 굉장히 비상식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수층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최근 뉴욕을 비롯한 미국 북동부 앞바다 해저에 민물을 가진 거대한 대수층(帶水層)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대수층은 매사추세츠주에서 뉴저지에 이르는 약 2천400㎢에 걸쳐 형성돼 있어 바다 밑 대수층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추정된다.

사이언티픽 리포츠 논문 캡처
사이언티픽 리포츠 논문 캡처

대수층의 발견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연안에도 이런 대수층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실제 발견되면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질 수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지구연구소에 따르면 라몽-도허티 지구관측소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클로에 구스타프슨이 이끄는 연구팀은 전자기파를 이용한 새로운 담수 측정기술로 바다 밑의 대수층을 찾아낸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실었다.

연구팀은 석유회사가 바다에서 석유를 찾을 때 해저의 전자기 이미지를 이용하는 것을 응용해 대수층을 찾았다. 이 기술은 논문 공동저자인 케리 키 박사가 20년 전 석유회사의 시추를 돕기 위해 개발한 것이다.

연구팀은 라몽-도허티 지구관측소의 연구용 선박을 타고 바다로 나가 석유시추 과정에서 담수가 나온 뉴저지 남부와 매사추세츠주 마서스 빈야드섬 주변에 전자기장을 측정할 수 있는 수신기를 떨어뜨리고, 인공 전자기파를 만들어내는 장치를 배로 끌고 다니며 해저의 전자기파 반응을 기록했다.

이는 소금기가 있는 바닷물이 민물보다 전자기파 전도율(傳導率)이 높은 특성을 활용한 것으로 전도율이 낮은 띠를 찾아내기만 하면 됐다. 그 결과, 대수층이 고립/분산된 것이 아니라 해안부터 대륙붕 거의 끝까지 연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긴 곳은 해안에서 120㎞까지 나아간 곳도 있었다.

대수층은 바닥에서 약 180m 내려간 곳에서 시작돼 360m 깊이까지 형성돼 있으며, 담수 규모는 670 세 제곱마일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사이언티피 리포츠, 구스타프슨 등 제공
사이언티피 리포츠, 구스타프슨 등 제공

연구팀은 이 대수층이 약 2만~1만5천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갈 때 형성된 것으로 분석했다. 당시 빙하는 수 ㎞ 두께로 지금의 해안선보다 더 바깥까지 덮고 있었고 바닷물 수위도 훨씬 낮아 대륙붕의 상당 부분을 드러내고 있었다. 빙하기가 끝나면서 얼음이 녹아 강을 형성하고 대륙붕 위로 퇴적물이 쌓이면서 거대한 삼각주를 형성하며 담수를 가두게 됐다. 이렇게 갇힌 담수는 나중에 바닷물 수위가 오르면서 해저 아래에 거대한 대수층을 형성하게 된 것으로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미국 북동부 지역에서는 탈염 작업까지 하며 이 대수층의 물을 이용할 필요는 없지만, 캘리포니아 남부나 호주, 중동,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등 물 부족 지역에서 이런 대수층이 발견된다면 잠재적인 자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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