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하이에나는 죽은 동물의 사체도 말끔히 먹어치워 ‘초원의 청소부’라 불리는 동물이다. 생김새는 개와 비슷하지만 사실 사향고양이에 가까운 현재로서도 많은 비밀이 있는 동물이다. 

점박이하이에나(Crocuta crocuta)는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에 서식하고 줄무늬하이에나(Hyaena hyaena)는 북아프리카 ·동아프리카 ·인도 ·파키스탄 등지에 분포한다. 또한 갈색하이에나(H. brunnea)는 로디지아 ·모잠비크 ·남아프리카 등지에 살고 있다. 어느 하이에나든 결코 추운곳에서 살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런 하이에나가 수십만 년 전에는 추운 북극 지대에도 살았다는 화석 증거가 나와 이목을 끌고 있다.

버펄로 뉴욕주립대학의 진화 고생물학자 잭 쳉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1970년대에 발굴돼 캐나다 자연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온 두 개의 이빨 화석을 재분석한 결과를 '제4계 오픈 저널(Open Quaternary)'에 실었다. 

'달리는 하이에나' 이빨 화석 (1977년 발굴) [버펄로 뉴욕주립대 홈페이지/그랜트 자줄라(유콘주정부) 제공] 

제4계는 신생대를 두 시대로 나눌 때 두 번째 지질시대로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200만~300만년전부터 현재까지를 나타내는데 쳉 박사는 캐나다 유콘강 지역에서 발굴된 이 이빨 화석이 다리가 길어 '달리는 하이에나'로 불리는 카스마포르테테스(Chasmaporthetes)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해당 이빨 화석은 140만~85만 년 전 것으로 대형 낙타와 원시 들개 등 다양한 화석이 출토된 유콘강의 '올드 크로운 분지'에서 1970년대에 발굴됐다. 

이 이빨 확석은 당시에도 하이에나의 이빨로 추정은 됐지만 본격 연구가 이뤄지지 못하고 5만점에 달하는 다른 화석들과 함께 수장고에 보관이 되어 있었다.

이 이빨 화석은 미국 남부와 멕시코 등지에서 흔적이 발견된 '달리는 하이에나'종(種)이 북극권 한계선 이북지역에서도 서식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주는 중요한 증거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하이에나가 인류와 마찬가지로 바닷물 수위가 낮아졌을 때 아시아와 북미를 육로로 연결한 '베링 육교(land bridge)'를 통해 아시아에서 북미로 유입되었을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그 동안 하이에나는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 등지와 미국 남부 및 멕시코에서 발견됐지만 북미지역에는 어떻게 갔는지 확인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이에나는 현재 4종밖에 남아 있지 않지만 달리는 하이에나를 포함하여 한때는 70종에 달하는 하이에나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논문 공동저자인 유콘 주정부의 고생물학자 그랜트 자줄라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하이에나가 북극권 한계선 이북의 혹독한 조건에서 번성했을 것을 상상하니 놀랍다. 카스마포르테테스는 아마도 시베리아에서 유콘 지역에 이르는 광활한 툰드라 평원에서 빙하기의 순록이나 말 떼를 사냥하고 매머드의 사체를 먹어치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더운 지방에서만 살았다고 여겼던 하이에나. 사실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이들이 활보했었던 때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그 모습을 못 보는 것이 새삼 안타깝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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