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 알츠하미머병. 흔히 노인성 치매라고 불리는 이 무서운 병은 증상도 증상이지만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더욱 무섭게 여겨진다. 특히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에만 580만 명이 있고, 전 세계적으론 5천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무서운 병을 예방하거나 진행을 멈추게 할 만한 치료법은 아직 개발된 게 없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한 연구진으로부터 알츠하이머병에 증상을 완화하는 물질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다.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유전적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아포지질단백질 E(apoE)의 길항물질(antagonist)이 알츠하이머병의 증세를 완화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 이 길항물질이 apoE와 N-말단(terminal) 아밀로이드 전구체 단백질(APP)의 상호작용을 차단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하다.

뇌 신경세포에서 결합한 APP와 apoE [USF 제공]
뇌 신경세포에서 결합한 APP와 apoE [USF 제공]

아포지질단백질은, 그것이 존재하는 지방단백질의 밀도와 합성조직 등에 따라 10여 종으로 분류한다. apoE는 저밀도지방단백질(LDL) 수용체와 결합하고 간에서 생성된다.

미국 사우스 플로리다대(USF) 의대의 준 탄(Jun Tan) 정신의학·행동신경과학 교수팀은 최근 이런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저널 '바이올로지컬 사이카이어트리(Biological Psychiatry)' 인터넷판에 발표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온라인에 공개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탄 교수팀이 찾아낸 6KApoEp라는 길항물질은 뇌에서, 아밀로이드 베타의 침적과 타우 단백질의 병리학적 작용을 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유전공학 기술로 알츠하이머병 증세를 갖게 한 생쥐에 6KApoEp를 투여해, 생쥐의 학습과 기억 능력이 향상되는 걸 확인했다. 길항물질은, 비슷한 분자구조를 가진 다른 물질의 대사 반응을 방해하는 물질을 말한다. 아밀로이드는 여러 개의 단백질이 뭉쳐 형성하는 섬유 모양의 응집체로, 일부 신경퇴행성 질환을 비롯해 20여 종의 인간 질병과 연관돼 있다. 특히 아밀로이드 베타는 타우 단백질과 함께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로 꼽힌다.

그동안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치료가 수없이 시도됐지만, 다양한 형태의 아밀로이드 베타 중에서 치료 표적을 정하기 어려워 모두 실패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연구결과는, apoE와 N-말단 APP의 상호작용을 차단하는 게, 알츠하아머병의 새로운 '질병 변경(disease-modifying)' 치료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해 주목된다.

N-말단이란, 여러 개의 아미노산이 펩타이드 결합을 이용해 폴리펩타이드를 형성할 때, 양쪽 말단의 두 아미노산 중 아미노기가 남는 걸 말한다. 카복실기(carboxyl group)가 남는 다른 쪽 말단의 아미노산은 'C-말단(C-Terminal)'이라고 한다.

보고서의 수석저자인 탄 박사는 "병리학적으로 apoE와 APP가 어떻게 서로 작용하고,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의 형성과 신경세포의 손실로 이어지는지 규명하는 데 목표를 뒀다"면서 "그런데 한 걸음 더 나아가 (알츠하이머병의) 신경병리학적 현상을 조절하는 apoE의 파생 물질까지 발견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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