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동맥경화는 노화가 진행되면서 발생빈도가 높아지는 혈관 질환으로 뇌졸중이나 치매, 심장질환 등 각종 질병의 원인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정확하게 발생하는 원인을 발견하지 못해 뚜렷한 치료법 역시 찾지 못한 미정복 질환이었다. 

하지만 11일 영국 케임브리지대는 킹스칼리지 런던(KCL)의 과학자들이 동맥경화가 발생하는 생리학적 메커니즘을 처음 밝혀낸 연구 개요를 온라인에 공개했다.  

케임브리지대의 멜린다 두어 화학과 교수와 KCL의 캐시 샤나한 심혈관과 교수는 지난 10여 년 간 이 연구를 진행하였고 최근 저널 '셀 리포츠(Cell Reports)'에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뼈에 침착한 인산칼슘 (멜린다 두어/캐시 샤나한 제공)
뼈에 침착한 인산칼슘 (멜린다 두어/캐시 샤나한 제공)

연구 개요에 따르면 동맥경화가 생기는 과정에서 '폴리 ADP 리보스(약칭 PAR)'라는 이미 알려진 물질이 핵심적인 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맥경화는 동맥 내벽에 석회화한 칼슘 결정체가 쌓여 혈관이 굳어지고 기관이나 조직으로 혈액이 흐르는 데 지장이 생기는 질환인데  PAR은 세포 안에 존재하면서 동맥 내벽의 석회화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두어 교수는 "나이가 들면 누구나 동맥경화가 나타나는데 특히 신장 투석 환자는 진행 속도가 빨랐고 심지어 어린이에게 동맥경화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면서 "하지만 과거엔 왜 동맥경화가 생기는지, 어떻게 치료하는지 등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두 교수는 이전의 다른 연구에서, PAR이 세포 밖에서 뼈 생성의 엔진 역할을 한다는 걸 입증했다. 아울러 PAR 생성 효소인 PARP1과 PARP2가 세포의 DNA 손상과 산화 스트레스뿐 아니라, 뼈와 혈관의 석회화 연관 과정에도 반응하고 발현한다는 걸 알아냈다.

PAR이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메커니즘은, 핵자기공명 분광학(NMR spectroscopy) 기술을 이용한 실험과 관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아 사멸하는 세포에서 분비된 PAR이 칼슘 이온을 빨아들여 더 큰 칼슘 결정체로 만들고, 이런 결정체가 동맥 내벽을 유연하게 유지하는 콜라겐, 엘라스틴 등에 달라붙어 동맥경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에 기존 약물 중에서 PAR의 효소 억제제를 찾았는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6종을 먼저 추려낸 뒤 정밀 테스트를 거쳐, 치과와 피부과의 염증 질환에 널리 쓰이는 항생제인 테트라사이클린 계열의 미노사이클린을 선정했다. 

연구팀이 만성 신장 질환을 가진 생쥐에 실험한 결과, 미노사이클린은 동맥 내벽의 칼슘 축적을 차단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어 교수는 "여기까지 오는 데 12년이 걸렸다"면서 "처음 시작할 땐 이런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그 당시 우리가 동맥경화 치료법을 개발하겠다고 했으면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라며 감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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