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서뉴스 이호] 초기 인류였던 호모사피엔스는 아프리카에서 출현하여 현재의 읜도와 동남아 쪽 등 남쪽 해안을 따라 아시아로 퍼진 것으로 알려져 왔다. 

중앙 아시아와 북부지역은 험준한 산맥과 사막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에 이쪽으로는 발을 들여놓지 못했을 것이라는 전제다. 

하지만 인류가 중앙아시아와 북부지역을 통해 퍼졌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인류가 유라시아로 퍼진 홍적세 말기에는 중앙 아시아와 북부지역의 기후가 현재와 달라 주요 이동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중앙아시아와 북부 이동 추정 경로 붉은 점은 후기구석기 초기 유적이 출토된 지역이다(Nils Vanwezer and Hans Sell 제공)
중앙아시아와 북부 이동 추정 경로 붉은 점은 후기구석기 초기 유적이 출토된 지역이다(Nils Vanwezer and Hans Sell 제공)

독일 '막스 플랑크 인류역사 과학 연구소'는 이 연구소의 인류진화학 교수인 미카엘 페트라글리아 박사가 중국과학원 고척추동물 및 고인류연구소(IVPP)와 진행한 공동연구에서 지금까지 경시돼온 중앙 아시아와 북부가 오히려 사람족(hominin)의 확산과 상호 접촉이 이뤄지는 주요 경로일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고 밝혔다. 

이 지역은 현재는 사람이 특별한 장비와 기구 없이 지나가기 힘든 혹독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증거가 쌓였다는 것이 근거가 됐다. 

연구팀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 사막을 초기 인류가 건넜다면 고비 사막이나 타클라마칸 사막을 역시 못 건널 이유가 없으며 톈산산맥이나 티베트 고원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특히 고(古)기후 연구를 통해 중앙아시아 일대의 강수량과 호수 크기, 결빙지역 등에 관한 자료가 확보되면서 이 지역의 환경이 홍적세 때 극적인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어 인류의 이동 경로로 이용됐을 가능성을 더 높여주고 있다. 

약 5만~3만 년 전에는 고비 사막 등에 지금보다 비가 더 많이 내려 수목이 자랄 때가 있었으며, 초기 인류가 이때 이동했을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연구팀은 이런 연구결과를 정리한 논문을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실었다.

논문 공동저자인 막스 플랑크 인류역사 과학 연구소의 패트릭 로버츠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런 경로가 홍적세 때 인류의 이동로로 실제 이용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고학에서 경시됐던 지역에 인류가 존재하고 이동하며 다른 사람족과 교류했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발견된 것들을 고려할 때 중앙아시아 사막 한가운데서 또는 깊은 산맥의 얼음 밑에서 초기 호모 사피엔스의 흔적을 찾아낸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를 통해 지금까지 인류학에서는 큰 의미가 없었던 중앙아시아와 북부지역의 중요성이 조금 더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사람이 맨몸으로 횡단하기 어려운 지역이지만 당시에는 건너기 좋았을 환경이었을 수 도 있기 때문이다. 과연 초기 인류는 어떤 길을 걸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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