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단 이후 전국의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이어졌다. 이에 우스갯소리로 “군대를 가는 사람은 비양심적이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할 정도. (용어부터 논란이 됐던 양심적 병역거부는 다양한 말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런데 누리꾼들의 말처럼 양심적 병역거부라고 해서 무조건 무죄가 나오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최근 양심을 내세운 일부 병역거부자에 대해 실형 선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법원은 어떠한 기준으로 그들의 양심과 비양심을 판단 했을까.  

수원지법은 지난해 11월 모 사단 신병교육대로 입영하라는 통지를 받고도 입대하지 않은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정모(28) 씨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정 씨는 총기 소지가 개인의 양심에 반하는 것이어서 입대하지 않았다고 변론했으나, 법원은 정 씨가 평소 병역거부에 대한 신념을 외부로 표출하지 않다가 이 사건에 이르러서야 병역거부를 주장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즉 여기서 양심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양심이 아닌, 살생이나 폭력을 금하는 종교적·윤리적 믿음, 그리고 이에 뿌리를 두고 이뤄지는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번 선고는 평소에는 없던 양심이 군 입대 시점에 다다르자 급하게 생긴 '편의적 양심'에 대해선 법원이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 지는 것이다. 

앞서 지난 16일 서울서부지법도 같은 혐의로 기소된 오모(30) 씨에 대해 원심과 같은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서 오 씨는 폭력을 확대·재생산하는 군대에 입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오 씨가 내세우는 양심이 유동적·가변적이어서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말하는 양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 사례로 재판부는 피고인이 '5·18 광주 민주항쟁의 경우 시민들이 총을 든 것을 폭력행위라고 비판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한 점을 지적했다. 바꿔 말 해 어떤 모든 상황에서 폭력을 확대·재생산 하는 물리력 행사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과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면 그것은 ‘완전체적인 양심’으로 볼 수 없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러한 판례는 모두 대법원의 해석에 기본되어 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집총 거부'라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대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판단 기준으로는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는 기준점을 제시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깊다는 것은 신념이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고, 확고하다는 것은 유동적이거나 가변적이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진실하다는 것은 거짓이 없고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다는 의미이다.

최근 유죄가 선고된 두 건의 판결은 이런 대법원 판례를 토대로 자칫 무분별하게 난립할 가능성이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경종을 울린 것으로 주목할 만하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