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무표정하고 고지식한 이미지 때문에 비판자들로부터 '메이봇(메이+로봇)'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4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총리직 사퇴 성명을 냈다.

오전 10시께 메이 총리는 다우닝가 10번지의 총리 관저 앞을 걸어 나와 담담하게 준비한 사퇴 성명을 발표했다.

 메이 총리는 "총리로서 내 뒤에 있는 문을 걸어 들어간 순간부터 영국이 단순히 소수의 특권계층이 아닌 모두의 나라가 되도록 노력해왔다"며 " 아울러 2016년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에서 영국 국민이 예측을 깨고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했지만 이를 지키기 위해 분투했다"고 말했다.

사퇴 발표하며 울먹이는 메이 영국 총리[연합뉴스제공]
사퇴 발표하며 울먹이는 메이 영국 총리[연합뉴스제공]

그러면서 "이후 EU와의 합의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지만, 불행히도 실패했다"고 토로했다.

메이 총리는 자신은 이루지 못했지만 후임 총리는 의회 내에 의견합의를 이루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관여하는 모든 이들이 양보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리고 메이 총리는 독일 나치에 의해 억류된 수백명의 아동들을 구한 인도주의자 고(故) 니컬러스 윈턴 경과의 대화를 소개했다.

메이 총리는 자신의 지역구에 살던 윈턴 경이 몇 년 전 자신에게 "타협(compromise)은 '더러운 말'(dirty word)이 아니다. 인생이란 타협에 달려있다"고 말한 것을 소개하면서 "그가 옳았다"고 밝혔다.

이때까지 담담함을 유지하던 메이 총리의 목소리는 자신이 두 번째 여성 총리였지만 마지막 여성 총리는 아닐 것을 확신한다는 말을 하면서 떨리기 시작했다.

메이 총리는 결국 마지막으로 "(영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총리로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인생의 영광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나라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아주 큰 고마움을 가지고 일해왔다"고 말하면서 참았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스페인은 메이 총리의 사퇴로 '하드 브렉시트'의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면서 "나쁜 소식"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AP통신에 따르면 이사벨 셀라 스페인 정부 대변인은 메이 총리의 사퇴 소식에 "하드 브렉시트는 현 상황에서 거의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 됐다"면서 메이 총리가 사퇴하고 새 보수당 총리가 나오게 되면 영국이 EU에서 질서 있게 탈퇴하는 상황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영국 정치는) 우리가 극단주의에 끌려다니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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