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이연선] 인간은 삶에 있어 3분의 1정도를 수면 상태로 보낸다. 이것은 생존을 위한 신체적 본능으로 절대로 수면의 시간을 아깝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뇌세포 및 뇌의 기능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수면은 양질의 삶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면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실험 결과들도 다양하게 나왔다. 24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은 사람의 의식 상태는 혈중알콜농도 0.1% 즉 ‘만취’ 수준과 비슷하다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의 연구결과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처럼 수면은 인간의 생존에 있어 정말 중요한데 만약 어떤 병으로 인해 단 1분도 잘 수 없다면 얼마나 고통일까. 이는 가정이 아니다 정말 드물게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리는데,이 병에 걸리면 단 한순간도 잠에 들 수 없는 고통을 겪다 죽음에 이른다.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Fatal familial insomnia·FFI)’은 유전 질환 중 하나로 잠을 자지 못하는 증상을 앓는다.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은 아주 희귀한 뇌의 상염색체 우성 유전질병으로 프프리온이 변형되면서 뇌의 시상하부에 영향을 줘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리온이 직접적인 병원체라는 점에서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은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등과 관련이 있다. 또 유전 질환인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은 만약 한 부모가 이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면, 자녀는 약 50% 확률로 이 유전자를 물려받아 프리온에 변형을 일으켜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 이 진행된다.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의 끔찍한 증상은 이름처럼 ‘잠들 수 없는 것’이다. 지속되는 불면 증상으로 인해 전혀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공황상태, 환상, 치매 등 증상이 나타마고 점차 동공이 축소된다.그러다 맥박과 체온이 오르고, 언어능력을 상실하다 결국 코마 상태에 이르러 사망하게 된다. 다만 보통의 증상이 이렇다는 것이지 환자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은 대체로 40대를 넘어서 발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환자는 보통4단계에 걸쳐 질병이 진행되는데, 첫 번째 단계에서는 잠에 쉽게 이르지 못하는 불면증이 약 4개월 넘게 지속되며 공황, 공포증 등 정신질환이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지속되는 불면으로 인해 환상, 흥분 등의 증상을 보이게 되고 이후 세 번째 단계에서는 지속적인 불면으로 인해 체중이 심각하게 감소하며 아예 단 1분도 잠에 들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단계에 이르러서는 치매 등 심각한 정신적 이상을 호소하며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무서운 유전 질환인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이 더 무서운 이유. 바로 치료법도 치료제도 전혀 없다는 것이다. 어떤 치료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심각한 불면에 시달리다 정신 이상을 호소하고 약 1년 이내에 사망하는 과정을 거칠 뿐이다.

실제로 지난 1991년 미국의 마이클 코케는 40세가 된 이후 불면증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이후 심각하게 악화되어 단 한순간도 잠에 들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어떠한 치료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며 빠르게 쇠약해지던 마이클 코케는 치매증상 등에 시달리다 사망에 이르고 말았다. 그가 죽고 난 후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이라는 사실이 세간에 널리 알려지면서 이 병에 대한 두려움이 증폭했고 다양한 연구와 실험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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