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진균의 10억년 전 화석이 학계에 보고되어 화제다. 진균은 곰팡이의 일종이다.

진균의 화석은 지금까지 약 4억년 전 것이 가장 오래된 화석으로 알려져 있었다. 따라서 이번 10억년 전 진균 화석의 발견으로 육상 생물의 진화에 대한 이해도가 바뀌게 될 것으로 보여 충격을 주고 있다.

23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벨기에 리에주대학 박사과정의 코렌틴 로론이 이끄는 연구팀은 캐나다 북서부 남극지역에서 찾아낸 진균 화석에 관한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를 통해 발표했다.

10억년 전 화석에서 발견된 진균 [연합뉴스 제공]

연구팀에 따르면 이 진균 화석은 오늘날 진균과 마찬가지로 포자와 비슷한 구체에 T자형 가는 섬유가 연결돼 있으며, 이중 세포막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적외선을 쬐어 진균류가 세포막을 형성할 때 사용하는 물질인 '키틴(chitin)'도 확인했다.

진균은 효소를 분비해 주변의 물질을 분해, 흡수하는 과정에서 동식물에 치명적 위협을 가하거나 큰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동식물과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유기물 분해를 촉진함으로써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학자들이 확인한 것만 12만종으로, 전체적으로는 약 330만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10억년 전 진균 화석의 발견은 과학계에 상당한 의의를 지닌다.

진균은 1900년대 초 스코틀랜드에서 약 4억700만년 전 화석이 무더기로 발굴된 것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현재 살아있는 진균의 다양한 유전자로 볼 때 공통조상은 이보다 훨씬 더 오래전인 10억년 전쯤에 출현했을 것이라는 추정은 있었지만, 화석 증거로 뒷받침되지는 못했다. 또 약 5억4천100만년 전 생물종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캄브리아 대폭발' 이전의 진균 화석이 제시되기도 했으나 학계에서 인정받지는 못했다.

로론 연구원은 AFP통신과의 회견을 통해 진균이 생물계통도에서 동식물과 함께 세포핵을 가진 진핵생물군으로 분류돼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결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진균이 9억~10억년 전에 이미 존재했다면 동물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는 것.

그는 "진균 그룹이 오늘날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의 세계관을 바꿔놓고 있다"면서 "지금과는 매우 다른 까마득한 옛날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현대'에 훨씬 더 가까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네이처 논문 캡처]

이번 연구는 지난 2014년 캐나다지질조사소(GSC)의 로버트 레인버드 연구원이 북극 주변 황무지에 대한 현장탐사 중 점토로 된 퇴적암인 혈암(셰일)에 검은 얼룩이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이것이 미생물이 담긴 미(微)화석이라고 보고 리에주대학 측에 분석을 의뢰했다.

로론 연구원은 산(酸)으로 암석의 광물 부분을 벗겨낸 뒤 검은 유기물질에서 박테리아보다 큰 수백개의 단세포 생물 화석을 발견했지만, 이 생물이 무엇인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강이 바다로 흘러드는 어귀에서 약 9억~10억년 전에 화석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2017년 레인버드 연구원과 함께 다시 찾은 현장에서 이번 연구에 이용된 화석을 발굴해 진균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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