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법 형사11부(박주영 부장판사)는 흉기를 휘둘러 남편을 숨지게 해 상해치사로 재판에 넘겨진 A(49·여)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흉기난동으로 남편을 숨지게한 주부가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연합뉴스 제공)

판결문을 보면 A씨는 27년 전 남편 B(53)씨와 결혼했으며, 남편은 오랜 기간 직장생활을 했고, 슬하에 두 자녀를 두는 등 겉으로 보면 평범한 가정이었다.

그러나 B씨는 결혼 초부터 술을 자주 마셨고, 과음한 날에는 가족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하는 일이 잦았다. 2006년부터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고 두 차례 입원까지 했지만, 음주와 폭력적인 습벽은 고쳐지지 않았다.

그는 결국 술 문제로 3년 전 직장을 그만둔 뒤 일용직이 됐고, 이후 집에서 폭력적인 행동은 더 심해졌고, 보다 못한 시어머니는 2017년 아들 B씨에게 "너의 술버릇이 가정·직장·자식들을 악마로 만드는 기막힌 행동이 계속되고 있으니, 인간으로 행하는 올바른 행동인지를 가슴 깊이 느끼고 정신을 좀 차려라. 애원한다"는 절절한 내용의 편지를 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나아지지 않던 술버릇은 지난 1월 30일 결국 끔찍한 사건으로 이어졌다.

술에 취한 B씨는 A씨가 동생 집에서 늦게 귀가했다는 이유로 "너와 동생을 죽이겠다"며 흉기를 꺼내 들었고 이를 만류하던 A씨가 "죽으려면 혼자 죽지 왜 식구들을 괴롭히냐"고 말하자 B씨는 "그러면 내가 죽겠다. 찌르라"고 A씨에게 흉기를 건내며 다가섰다.

남편을 계속 밀어내던 A씨는 상황을 모면할 생각으로 손에 쥔 흉기로 남편의 복부를 한 차례 찔렀고놀란 그는 119에 신고하고 지혈을 시도했지만, 병원으로 옮겨진 남편은 끝내 숨졌다.

애초 경찰은 살인 혐의로 A씨를 송치했으나 검찰은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해 상해치사죄로 기소한 뒤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아들을 잃은 시어머니는 '아들이 평소 술을 자주 마신 뒤 가족을 힘들게 했지만, 피고인(며느리)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이를 참아냈고, 시댁 식구에게도 최선을 다했다. 두 자녀에게도 엄마가 꼭 필요하니 선처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수차례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재판부는 "가족의 간절한 희망에도 피해자의 주취폭력을 멈추지 않았고, 시간이 갈수록 강도가 세졌다"며 "피해자 유족이 선처를 탄원하고, 피고인이 구금 기간 내내 통한의 눈물을 흘리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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