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 디자인 이정선, 김미양] 맥주, 치즈, 포도주, 된장, 김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모두 보존 식품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현재 이러한 음식들은 보통 냉장이나 냉동, 저온 살균 방식 등으로 보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방식들이 개발되기 전에는 어땠을까요? 그때 선조들이 고안해 낸 방법이 바로 ‘통조림’입니다. 

통조림의 개발은 전쟁과 함께 했습니다. 전투식량으로 개발한 ‘통조림’은 프랑스의 ‘병(甁)조림’에서 시작되었는데요. 병조림의 발명가는 작은 식당의 요리사였던 니콜라 아페르(Nicolas Appert, 1749~1841)입니다. 

그는 프랑스 파리 변두리에서 가난한 채소장사의 아들로 태어나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 하면서 식당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성장했습니다. 그렇게 심부름꾼으로 10년을 일 한 아페르는 드디어 요리사가 되었죠. 

1805년 어느날. 당대의 영웅인 나폴레옹이 1만 2000프랑과 자신의 훈장을 내걸고 ‘식료품 저장과 포장 방법’을 공개 모집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오랜 항해가 불가피한 선원이나 군인들을 위한 식품을 썩지 않게 잘 보관하는 것이 큰 골칫거리였기 때문이죠. 

프랑스 식품업계는 이러한 공개모집 소식으로 크게 술렁거렸습니다. 엄청난 상금은 기본이요, 나폴레옹의 훈장은 공작의 작위에 버금가는 명예의 상징이었기 때문입니다. 

기회라고 생각한 아페르. 그는 이미 오랜 경험을 통해 ‘음식은 찌거나 삶은 것이 날 것보다 덜 상한다’, ‘뚜껑을 닫아 놓으면 변질이 잘 안된다’, ‘음식이 상할 기미가 보일 때는 한 번 더 끓이면 오래간다’는 등의 노하우를 공개모집에 응용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먼저 음식을 끓여서 여러 개의 병에 집어 넣고 코르크 마개로 꼭 닫은 후 공기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양초를 녹여 밀봉했습니다. 이어 밀봉한 병을 솥에 넣고 한 번 더 끓여냈습니다. 그랬더니 원했던 결과가 나타났죠. 처음 그대로의 신선도와 맛이 오랫동안 지속된 겁니다. 

그는 파리 근교의 마시에서 보존식품 제조소를 열어 병조림 제조를 개시했고, 그리고 그 방법으로 나폴레옹의 새로운 식품 저장법에 대한 공모에 당당히 당선되어 1만 2000프랑의 상금과 나폴레옹 훈장을 받게 됩니다. 

아페르가 만든 병조림은 사실 복잡한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영국은 프랑스의 병조림을 확인 한 후 모방을 넘어 개발하는데 매달렸죠. 관건은 병조림보다 가볍고 튼튼한 보존 용기를 개발하는 데 있었습니다. 

영국 정부는 각종 과학단체와 기술자협회에 식품 보존법의 개발에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고 이에 화답한 사람은 런던 출신의 기계공인 듀란드(Peter Durand)였습니다. 그렇게 1810년 세계 최초의 금속제 통조림 용기인 주석 깡통으로 특허를 받아 듀란드는 통조림을 만들게 됐습니다. 

그 이후에도 통조림의 병 따개 모습 등부터 많은 발전이 이루어져 현재의 통조림 모습을 띈 겁니다. 생활 속 물건의 발명들, 알고 봐도 신기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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