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김아련 / 디자인 최지민] 한국의 경제 성장 속도는 단기간에 놀라운 성과를 거둬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하지만 급격한 경제 성장 속도와는 다르게 국민들의 행복수준은 크게 달라지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들, 예를 들어 자신이 사는 집의 크기나 출신 대학의 이름, 직업,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에 따라 자신의 행복이나 사회적 위치가 규정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비교들로 인해 남보다 행복하지 못하다는 ‘불만족’을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행복의 기준이 되어버린 좋은 직업, 집, 자동차처럼 한 사람이 소유한 재화들은 ‘위치재’적 성격을 지닌다. ‘위치재’란 특정한 재화에 대한 가치가 다른 사람이 소비하는 재화와 비교평가되어 사회적 위치가 결정되는 것을 말한다. 

위치재의 대표적인 예로 집을 꼽을 수 있다. 과거부터 집은 자신의 형편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위치재로 자리 잡아 왔다. 집을 소유하고 있어야 남들과 비교해 안정적인 상태라 여기며 집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소유하더라도 남들과 비교해 크기와 시설, 가격 등 가치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불만족을 안고 살아간다. 즉 나의 위치를 위치재인 집을 통해 드러내려 하는 것.

또 자동차도 위치재의 대표적인 예이다. 중형차가 판매량의 상위권을 차지하는 우리나라는 자동차를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나타내는 도구로 여기고 심지어 사람들의 형편을 판가름하는 잣대로 삼기도 한다. 오죽하면 광고에 ‘잘 지내고 있냐는 친구의 물음에 대형 승용차로 답했다’라는 문구가 등장해 씁쓸한 공감을 사기도 했다.

OECD 주요 34개 국의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최하위권을 차지한 한국에 비해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덴마크나 호주의 경우를 보면 이러한 위치재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행복의 기준이 겉으로 비교 평가되는 사회적인 성공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고 여긴다. 또 정부에서 풍부한 교육 기회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재도전할 기회를 주며 직업에 따른 차별도 최소화하고 있다.

반면 복지역량이 취약한 한국에서는 실패가 용인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청년들은 위험을 회피하게 되고 경제적인 성공에 대한 갈망과 경쟁이 치열하다. 또 기관의 투명성이 낮아 제도에 대한 불신이 높기 때문에 수치화되고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위치재에 대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는 직업, 집, 자동차 등의 위치재가 존재한다. 물론 이 위치재들이 중요하고 높은 가치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을 가지기 위해 과도한 경쟁을 하고 이로 인해 행복의 수준이 결정된다면 행복하고 살기 좋은 사회로 나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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