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이연선] 한 수의대 교수가 자신의 연구를 위해, 사람들을 위해 일한 개들을 데려다 실험 대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으로 동물단체의 원성을 사고 있다. 지난 24일 세계 실험동물의 날을 맞아 동물보호단체들이 동물실험 윤리 위반 의혹을 받는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파면과 개 복제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동물권단체 카라,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이날 서울대 수의대 동물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이병천 교수의 비윤리적 복제사업을 영구 폐지하고, 책임자인 이병천 교수를 즉각 파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역견을 실험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한국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번 '메이'사건으로 한국사회의 동물권 현실이 낱낱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사역견은 수렵 이외의 각종 작업 또는 노동에 쓰기 위하여 사육하는 개를 말한다. 주로 충실하고 부지런하며, 튼튼한 체구를 가진 견종들이 사역견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용도에 따라 양떼를 돌보는 목양견, 가축을 통솔하는 목축견, 군사적 목적의 군용견, 범죄 검거등에 활용되는 경찰견, 경주에 활용되는 경주견, 맹인안내견, 구조견, 탐지견 등으로 분류한다.

앞서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이 교수 연구팀이 동물보호법을 위반해 은퇴한 검역 탐지견을 실험하고 학대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이 단체는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사람이나 국가를 위해 사역한 동물은 동물실험이 금지돼 있지만, 이 교수는 '스마트 탐지견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은퇴 탐지견들을 대상으로 잔혹한 동물실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지난22일 이 교수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 고발했다.

서울대는 논란이 일자 이 교수의 '스마트 탐지견 개발 연구'를 중단시키고 이 교수의 실험동물자원관리원 원장직 직무도 정지시켰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는 이 교수의 연구윤리 및 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역견 실험 반대 운동을 촉발한 ‘메이’는 비글이라는 견종이다. 비글은 작고 야무진 체구에 단단한 근육질의 몸을 갖고 있는 사냥개로 원래 토끼사냥에 주로 쓰였다. 뿐만 아니라 후각이 뛰어나게 발달해 최근 마약 탐지견 및 밀수품 탐지견으로도 쓰이고 있다. 비글 ‘메이’의 안타까운 희생으로 인해 비글구조네트워크 등 다양한 동물 단체가 나서게 되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이병천 교수의 동물윤리 위반은 2011년 국정감사에서 이미 드러났지만, 결국 유야무야 됐다"며 "그동안 얼마나 많은 개가 희생됐을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 대표는 "이번 사건은 서울대와 서울대 수의대의 윤리의식 부재를 보여준다"며 "서울대가 윤리의식을 가지고 품격 있는 연구를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는 "국가 주도의 개 복제사업으로 일부 동물복제 연구자와 복제견 공급사업자들만 배를 불리고 있다"며 "생명윤리에 대한 합의도 없이 강행되는 개 복제사업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자신이 동물학대 의혹으로 고발당한 것과 관련해 연구팀에서 근무하던 사육사를 경찰에 고발하면서, 이번 사안이 조금 엉키는 모양새다. 지난 25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이 교수는 자신의 연구팀 소속 사육사 A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지난 주말 경찰에 고발했다. 이 교수는 연구 동물 관리를 담당하는 A씨가 지난 2월 폐사한 복제견'메이'에 대해 학대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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