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거래 속에 돌고 도는 고위직...‘회전문 인사’ [지식용어]
보이지 않는 거래 속에 돌고 도는 고위직...‘회전문 인사’ [지식용어]
  • 보도본부 | 심재민 기자
  • 승인 2019.04.2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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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지민]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는 목소리는 우리 사회에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지만 몇 가지 악습과 적폐로 인해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있다. 그러한 적폐의 양상 중 하나는 바로 ‘회전문 인사’이다. 

회전문 인사란 일부인사가 주요 보직을 돌아가면서 맡는다는 뜻으로 공직 퇴임 뒤 민간기업, 단체 등에서 활동하다 다시 공직에 발탁되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 공공기관의 고위 공무원이 특혜를 받아 대기업의 임원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사기업의 고위급 인사가 공공기관의 공무원이 되는 등 다양한 행태들도 회전문 인사라고 지칭되고 있다.

국내 주요 그룹 계열사의 사외이사 3명 가운데 1명 이상은 관료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직 관료인 사외이사 중에서는 판·검사 출신이 가장 많았고 국세청·관세청 등 세무 공무원과 청와대, 금융위원회, 공정위원회 출신도 다수 포함돼 대기업들의 추천 의도가 엿보인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올해 주총에서 신규 선임되는 사외이사 후보 가운데 전임자와 같은 관료 출신이 40명으로 이른바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상장 계열사가 있는 57개 대기업집단의 계열사(267개) 사외이사 이력을 전수 조사한 결과 총 857명 가운데 관료 출신이 321명(37.4%)으로 가장 많았다. 1년 전의 39.0%에 비해서는 비율이 1.6% 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전체의 3분의 1을 훌쩍 넘어선 수치로 우리 사회에 아직도 회전문 인사가 만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됐거나 선임될 신임 사외이사 후보 230명 중에서도 관료 출신 비중이 35.7%에 달해 가장 많았고, 학계(32.2%)와 재계(20.0%) 출신이 뒤를 이어 비슷한 양상을 이어갔다. 특히 관료 출신 가운데서는 전직 판·검사가 102명(31.8%)에 달해 1위였다. 세무 공무원 출신이 14.6%(47명)였고, 청와대 8.7%(28명)와 금융위·금융감독원 8.4%(27명), 공정위 7.8%(25명) 출신 등의 순이었다. 

그룹별로는 영풍의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무려 64.3%에 달해 가장 높았다. 이를 포함해 DB와 두산, 신세계, 현대백화점, GS, 하림, 롯데, CJ, 유진, 현대중공업, 한진 등 모두 12개 그룹이 계열사 사외이사 절반 이상을 관료 출신으로 꾸린 것으로 조사됐다. 관료 출신이 단 한 명도 없는 대기업집단은 한국투자금융과 하이트진로, 한국타이어 등 3곳에 불과했다. 물론 관료 출신 사외 이사가 선임되었다고 해서 모두 회전문 인사라고 할 수 없지만 그간 만연해온 행태였기에 의심의 눈초리가 모일 수밖에 없다.

회전문 인사는 기업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매년 논란이 되고 한다. 가깝게는 최근 부임한 장하성 주중대사를 두고 야권을 중심으로 ‘회전문 인사’ 논란이 일었다. 야권에 따르면 재벌 개혁 운동에 앞장서 왔던 경제학자 출신인 장 대사가 정책실장직에서 물러난 지 불과 4개월여 만에 자신의 경력과 별로 연관이 없는 'G2(미국·중국)' 대사라는 중책을 떠맡게 됐기 때문.

이러한 논란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 측에서는 장 대사의 임명을 두고 '한국 정부가 한·중 관계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느껴진다. 환영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전해 왔다"면서 외교 결례 논란에 대해 선을 그었다. 또한 "장 대사의 아그레망은 불과 열흘 만에 나왔다.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에도 매우 빠른 속도로 처리된 것"이라며 중국과 외교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끊이지 않는 우리 사회의 적폐 ‘회전문 인사’. 물론 능력이 출중해 회전문처럼 고위직에 돌며 역량을 발휘하는 것은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하지만 능력 중심이 아닌 정당하지 못한 기준으로 회전문 인사가 발생하고 있기에 ‘적폐’라 부르며 이러한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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