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김미양] 주52시간 근무 등 업무의 ‘시간적 강도’를 둘러싼 논란이 오랜 시간 우리 사회에 계류 중이다. 아무래도 노사 간 입장 차이가 분명할 수밖에 없는 근무 시간. 이는 비단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로, 중국의 거부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도 이와 관련해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마윈 회장이 중국 IT업계에 만연한 정당한 보상 없는 '996 근무' 행태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자 긴급히 태세를 전환했다.

중국에서 ‘996 근무’란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6일 근무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참고로 중국 내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시간 숫자를 응용해 근무 강도를 표현하는데 새벽 0시부터 자정까지 주7일 근무하는 것을 의미하는 ‘007 근무’도 자주 거론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중국에서는 한 프로그래머가 코드 공유 플랫폼 'GitHub'에 '996.ICU'라는 페이지를 개설해 20만 건이 넘는 '별'을 받는 등 큰 호응을 얻으며 그간 사회에서 묵인된 불법 관행인 996 근무 문화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996.ICU'라는 이름은 '996 근무제를 따라 일하다가는 병원의 중환자실(ICU)에 간다'는 뜻에서 지어졌다.

앞서 마 회장은 지난 11일 알리바바의 내부 행사에서 996 문화를 옹호하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만일 당신이 젊었을 때 996을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느냐"며 "우리는 하루에 편안하게 8시간을 일하려고 하는 이들은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는데, 그러자 중국 인터넷에서는 마 회장이 자본가의 진면목을 드러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에서 한 동안 뜨거운 감자였던 모 패션 기업에서 출발한 ‘열정페이’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사태가 이러자 마 회장은 긴급하게 태세를 전환하고 ‘뜨거운’ 논란을 식히려는 행보를 취하고 있다.

지난 14일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올린 글에서 "며칠 전 회사 내부에서 996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가 논쟁이 촉발됐고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996을 강요하는 기업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며 "이는 인도적이지 않고 건강에 유해할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다"며 "장기간 이렇게 한다면 임금이 아무리 많아도 직원들이 모두 도망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마 회장은 "직원들에게 996을 강요해 이익을 챙기려는 회사가 있다면 바보 같은 것으로 성공할 수도 없다"며 "나는 직원들이 이런 전망도, 희망도 없는 회사에서 자연스럽게 떠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마 회장은 논란이 된 자신이 기존 발언이 자기 일에 관한 '열정'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였다면서 자신의 진의가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상에는 분명히 996, 심지어 007을 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며 "이는 그들이 자신이 선택한 일을 너무나 사랑해 이를 위해 특별히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마 회장은 "어떤 이가 자신이 열렬히 사랑하는 일을 찾았다면 996에 그치겠는가"라며 "숫자가 비록 적더라도 이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우리나라가 짧은 40년의 세월 동안 세계가 괄목할 성공을 이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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