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최지민] 현재 미국인들이 지고 있는 학자금 빚은 총 1조 5천억 달러. 빚진 개인은 물론 미국 경제 전체를 짓누르는 부담이 되고 있다. 미국 대학생들은 대학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나의 미래의 한 조각을 주식으로 간주하는 투자자에게 판다.

1. 사례

[픽사베이]
[픽사베이]

연봉 5만 달러(5천700만 원)를 버는 에이미 우로블루스키는 대학 때 투자자와 맺은 약정에 따라 현재 매달 279 달러를 투자자에게 지급하고 있다. 계약기간은 8년 6개월.

현재 23세인 그는 연봉이 오르면 그에 따라 이 금액의 최대 2배까지 더 내야 할 수도 있다. 단, 실직해 수입이 없는 때는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우로블루스키가 졸업 후 미래에 벌어들일 자신의 수입의 일부를 주기로 하고 학자금을 조달한 이런 `소득 배분 약정(ISA)'은 뉴욕의 금융가 입장에서 보면, 우로블루스키를 작은 기업으로 간주하고 주식 투자하듯 학자금을 빌려준 신종 금융상품이다.

2. 소득 배분 약정(ISA)

월스트리트 표지판 [픽사베이]
월스트리트 표지판 [픽사베이]

미국에선 대학 졸업자들이 그 미만 학력자들보다 평생 평균적으로 100만 달러 더 버는데, 금융가는 이러한 임금 프리미엄을 주식처럼 위험과 수익성을 동시에 안고 있는 투자 상품으로 간주해 학자금 대출 시장에 신종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ISA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미 ISA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 일부 세계 최대 투자사들로부터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현재 ISA 시장은 수천만 달러 수준이어서 학자금 대출로 생성된 자산유동화증권 1천700억 달러에 비해 미미하다. 외부의 투자사들이 학생의 미래를 주식화해서 투자하는 것을 허용한 대학이 아직 많지 않기 때문이다.

3. 전공별 취업 전망 따라 지분율 차등 적용

펴듀 대학교[픽사베이]
펴듀 대학교[픽사베이]

지난 2016년 ISA를 시작한 퍼듀 대학을 필두로 몇 개 대학은 이미 이 프로그램을 운용 중이고 유타대학도 최근 시험 도입 방침을 밝혔다.

퍼듀 대학의 경우 영어 전공 학생들은 거의 10년에 걸쳐 미래 수입의 4.52%를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조건으로 1만 달러를 빌릴 수 있지만, 화학공학 전공 학생들은 7년에 걸쳐 2.57%라는 비교적 좋은 조건으로 같은 액수를 빌릴 수 있다. 취업 전망이 좋은 전공 학생들에게 다른 전공 학생들에 비해 적은 비율이 적용된 것.

ISA가 일반 학자금 대출보다 학생들에게 유리한 것 같지만, 연봉 6만 달러짜리 직장을 잡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총 2만 10달러를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하므로 투자자 입장에선 그 학생의 미래에 성공적으로 투자한 셈이다.

이에 퍼듀 대학은  ISA를 통해 돈을 빌린 학생들이 고액 연봉일수록 빌린 액수보다 지나치게 많은 돈을 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상환 한도를 빌린 돈의 2.5배로 한정했다.

또한 연봉이 2만 달러에 미치지 못할 경우엔 계속 일하거나 구직 활동을 하는 동안은 한 푼도 상환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등 학생 보호장치를 뒀다.

4. 학생 개개인에 유·불리는 판단 어려워 

뉴욕 증권 거래소 [픽사베이]
뉴욕 증권 거래소 [픽사베이]

소득 불균형 문제를 중점 연구하는 루스벨트연구소 연구원 줄리 마르게타 모건은 "학생 개개인의 입장에서 ISA의 유·불리를 말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모건은 특히 학생들이 소송권을 포기토록 하는 ISA가 분쟁을 조정을 통해서만 해결토록 요구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블룸버그닷컴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졸업해 연봉 3만 8천 달러를 받는 샤를로트 허버트(23)는 “ISA를 통해 2만 7천 달러를 빌린 것을 갚기 위해 매달 월급의 10%에 해당하는 312 달러를 투자자에게 돌려주고 있다.”며 “전문작가 전공이었기 때문에 공대생보다 2.5% 포인트 높은 비율을 적용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노동자가 대학 교육을 받아야 하는 사회에서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이렇게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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