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아이를 둔 부모는 만약을 대비해 비상시 이용할 수 있는 상비약을 구비해둔다. 특히 아이가 체온이 급격하게 오르면 뇌 손상이나 사망, 경련 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필요 이상의 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발열공포’에서 비롯된 부적절한 행동이다.

‘발열공포’는 대부분의 부모가 열에 대해 과도한 공포심을 갖고 부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소아과 의사 바턴 슈미트가 1980년 발표한 논문에서 유래되었으며 그가 논문에서 81쌍의 부모를 조사한 결과, 부모의 52%가 ‘아이가 40℃ 미만의 열로도 심각한 신경학적 부작용을 겪을 것’이라고 응답했다며 무려 85%의 부모가 아이의 체온이 38.9℃가 되기도 전에 해열제를 먹인다고 밝혔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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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발열공포는 과거 경험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생활환경이나 의료 수준이 열악했던 시절, 뇌수막염으로 많은 아이들이 고열에 시달리다 귀가 멀고 뇌 손상도 입는 등 심한 후유증을 겪었던 기억이 열에 대한 공포를 키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의료 수준이 높아지고 다양한 백신이 개발되는 등 심각한 세균에 감염되는 경우가 예전보다 줄었으며, 감염되더라도 치료에 실패하는 확률이 줄었다. 요즘 아이들이 열이 나는 원인은 대부분 3~4일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바이러스 질환인 것이다.

하지만 김진선 조선대 의과대학 간호학과 교수팀이 <아동간호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부모들의 발열공포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발열과 고열은 각각 38.0℃ 이상, 40.0°C 이상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연구 대상자의 절반이 37.8℃를 발열의 최저기준 체온으로, 38.9℃를 고열의 최저기준 체온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응답자의 74.8%가 열이 나는 아이를 미온수로 목욕시킨다고 응답했다. 78.1%는 아이가 경련을 일으키거나 뇌 손상을 일으킬까 봐 ‘매우 걱정된다’고 답했으며 그 결과, 소아 외래나 응급실을 불필요하게 자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열제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74.2%가 잘 자고 있는 아이를 깨워 해열제를 복용시킨다고 답했고 심지어 6%는 아이가 자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항문을 통해 좌약 형태의 해열제를 투여하고 있었다. 

열이 나는 아이에게 부모가 가장 조치하기 쉬운 게 해열제 투여다 보니, 남용이 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교수는 “의료진조차 최신의 과학적 근거를 수용하지 못한 채 잘못된 방법으로 소아 발열을 관리하고 있다”며 “의료인의 발열공포가 부모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체온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해열제를 먹이기보다 열 때문에 너무 힘들어할 경우에만 적절한 용량으로 사용해 아이를 편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과도한 공포심으로 인해 부적절하게 대처하는 ‘발열공포’. 열에 대한 공포로 인해 열을 내리기에만 신경을 쓴다면 병을 낫게 하는 것보다 오히려 아이를 괴롭힐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며 부모는 아이의 상태를 잘 살펴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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