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최지민] 우리 몸에서 심장은 왼쪽에 간은 오른쪽, 맹장도 오른쪽에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몸속의 장기들이 우리가 알고 있는 위치가 아닌 반대로 되어 있다면 어떨까? 과연 살아가는데 지장은 없는 것일까?

최근 심장을 제외한 간 등 몸속 장기가 일반인과 달리 반대쪽에 있었던 미국의 할머니가 무려 99세까지 생존했다가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1. 좌우바뀜증(Situs inversus)과 좌흉심(levocardiaㆍ左胸心)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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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바뀜증은 내장전위증(내장역위증)이라고도 하며 몸속에 있는 내장이 정상적인 위치가 아닌 완전히 반대로, 즉 거울에 비친 위치에 들어 있는 선천성 기형을 말한다.

몸속 장기들의 정상적인 위치는 심장과 위는 왼쪽, 간과 비장은 오른쪽에 있지만 좌우바뀜증을 가진 사람의 심장과 위는 오른쪽, 간과 비장은 왼쪽에 위치하고 있다.

좌흉심은 좌우바뀜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장은 좌방위를 취하는 선천성 이상이다.

2. 좌흉심을 동반한 좌우바뀜증 상태에서 장수를 누린 세계 최고령자 ‘로즈 마리 벤틀리’

미 오리건주에 살았던 로즈 마리 벤틀리는 좌흉심이라는 선천성 심장 이상 질병과 함께 내장 좌우가 바뀌어 있는 '좌우바뀜증'(Situs inversus) 상태에서 장수를 누린 세계 최고령자로 여겨진다.

미 포틀랜드 오리건 보건과학대(OHSU) 의대생들은 지난해 봄 해부학 교실에서 2017년 세상을 떠난 벤틀리의 시신을 해부하다 장기 위치를 파악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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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심장은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왼쪽에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간이나 다른 복부 장기들이 일반인과 정반대로 몸의 왼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의대생들은 벤틀리 가슴에 있는 혈관들이 기형적으로 생겼다는 사실을 발견했지만 학기가 끝날 무렵까지 이런 변형이 어디까지 확대된 상태인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벤틀리가 사망 직전 찍은 사진 등을 볼 때 그가 이런 희귀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채 99세까지 살았던 것으로 의료진은 보고 있다.

3. 이 질병의 예후는 매우 좋지 않다.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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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흉심을 동반한 좌우바뀜증은 2만2천명에 한 명꼴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의학저널(SMJ)에 따르면 이 질병의 예후는 매우 좋지 않은데, 이 상태에서 70대까지 생존한 경우는 단 두 차례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OHSU 해부학 교실 조교수 캐머런 워커는 벤틀리와 같이 심장은 정상 위치지만, 다른 장기가 반대쪽에 있는 상황에서 어른이 될 때까지 충분히 생존한 경우는 5천만 명 중 한 명일 것으로 추정했다.

그의 생존 시 장기 3개를 떼어 냈음에도 불구하고 맹장을 제거한 의사만이 그의 장기 위치 이상을 기록해 뒀을 뿐.

이런 경우 심장에 이상이 있는 게 보통이지만 벤틀리의 심장은 전체적으로 상태가 좋았다.

4. “어머니는 이런 게 정말 멋지다고 생각할 것”

벤틀리는 다섯 명의 자녀를 두었으며 교회에서 봉사하는 것을 즐겼고 남편 제임스와 반려동물 가게에서 일했다.

벤틀리 시신은 남편에 이어 의대에 기증됐는데, 부부는 살아생전 "일출과 아이의 얼굴, 사랑하는 여인의 눈을 보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각막을 보냅시다"라는 로버트 테스트의 시를 보고 시신 기증을 결심했다고 알려졌다. 

딸 루이스 앨리는 어머니가 생존했다면 이렇게 관심받는 것을 좋아했을 것이라며 "어머니는 이런 게 정말 멋지다고 생각할 것"라고 말했다. 그리고 "남들과 다르다는 점을 알고 얼굴에 큰 미소를 지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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