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조재휘 / 디자인 이연선] 현재 우리 사회는 결혼 시기가 늦어짐에 따라 출산 시기도 늦어지고 있다. 그런데 더 고민해야 할 것이 생겼다. 아빠의 나이가 자녀의 노화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에 나이가 많은 아빠를 둔 생쥐는 젊은 아빠를 둔 생쥐보다 수명이 짧고 노화도 일찍 찾아온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독일 신경퇴행성질환센터 등 공동연구진들은 사람으로 따지면 60세가 넘은 21개월 이상의 수컷 생쥐와 젊은 여성에 해당하는 4개월이 된 암컷 생쥐를 짝짓기 시켜 새끼를 얻었다. 그리고 이를 비교하기 위해 각각 4개월인 젊은 암수 생쥐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도 얻었다.

두 집단의 생존율을 비교하기 위해 절반이 죽은 시점을 살펴봤는데 나이가 많은 아빠를 둔 생쥐는 825일, 젊은 아빠를 둔 생쥐는 883.5일로 늙은 아빠를 둔 생쥐가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으로 따지면 5년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연구진들은 이런 문제를 밝혀내기 위해 먼저 돌연변이 정도를 분석했지만 분석 결과 젊은 아빠를 둔 생쥐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DNA의 메틸화 정도를 분석해보기로 했다. 염기 서열이 같더라도 염기의 메틸화 정도가 다르면 유전자의 발현량도 다르기 때문이다.

나이 많은 생쥐의 정자와 젊은 생쥐의 정자의 메틸화 패턴을 비교했더니 확실한 차이를 보였으며 각각의 새끼의 체세포 게놈의 메틸화 패턴 역시 달랐다. 정자의 메틸화 패턴이 새끼에게도 유전이 되는 것이었다.

222곳에서 유전자 발현조절부위의 메틸화 정도가 달랐는데 늙은 아빠를 둔 생쥐는 젊은 아빠를 둔 생쥐에 비해 189곳에서 유전자 발현이 늘어났고 33곳에서 줄었다. 전체적으로 유전자 발현이 늘어서 노화가 촉진된 것이다.

발현이 늘어난 유전자가 관여하는 작용을 살펴본 결과 다수가 mTOR 신호전달경로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mTOR은 다양한 생리활성에 관여하는 경로로 노화나 대사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과잉 활성화되면 대사가 빨라져 더 빨리 성장하는 대신 면역계 과잉으로 만성염증이 생기고 일찍 늙는다. 하지만 mTOR 신호전달경로가 억제되면 대사가 느려져 성장과 생식능력이 저하되지만 대신 천천히 늙게 된다.

이번 연구가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한다. 실험했던 나이 많은 쥐가 사람으로 60세가 넘는 정도인데 이때 아이를 낳는 일이 많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구진들도40세 정도의 생쥐도 새끼에게 가속화된 노화 특성을 물려줄지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고령의 정자가 자녀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였다. 그러나 아직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30~40대는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미리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다만 아빠의 건강이 곧 자녀의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확실한 것 같으니, 자녀 계획이 있다면 평소에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해야 하겠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