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김아련] 최근 이지은(아이유)을 주연으로 한 넷플릭스 단편영화 오리지널 시리즈 <페르소나> 론칭을 앞두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영화 <페르소나>는 4명의 감독이 이지은을 각자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 총 4개 단편 영화의 묶음으로 구성되었다.

먼저 그 첫 번째 시리즈 <러브 세트>에서 이지은은 아빠의 애인을 질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딸의 역할을 맡았다. 아빠의 애인 역을 맡은 배우 배두나와 불꽃 튀는 승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두 번째 시리즈 <썩지 않게 아주 오래>에서는 자유분방한 성격의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여자 역할을 맡았는데 상대역인 배우 박해수와 기이한 러브 스토리를 담고 있다.

[사진/ 영화 '페르소나' 스틸 이미지]
[사진/ 영화 '페르소나' 스틸 이미지]

세 번째 시리즈 <키스가 죄>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폭력에 노출된 친구 혜복을 대신해 친구의 아버지를 향해 귀여운 복수를 하는 한나 역을 맡은 버디물이다. 네 번째 시리즈 <밤을 걷다>에서 이지은은 이별한 여인의 캐릭터로 분하며 옛 연인과 꿈속에서 재회해 추억을 그리는 장면을 담았다. 이렇게 영화 <페르소나>는 배우 이지은이 갖고 있는 네 가지의 ‘페르소나’들로 연출되었다.

‘페르소나’는 그리스 어원의 ‘가면’을 나타내는 말로 ‘외적 인격’ 또는 ‘가면을 쓴 인격’을 뜻한다. 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칼 구스타프 융은 사람의 마음이 의식과 무의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페르소나는 그림자와 비슷하고 무의식의 열등한 인격이며 자아의 어두운 면이라고 말했다.

심리학적으로 자아가 자신의 내면과 소통하는 주체라면 페르소나는 일종의 가면으로 집단 사회의 행동 규범이나 역할을 수행한다. 영화에서 나타나는 페르소나는 영화감독의 분신으로 표현되기도 하며 특정한 상징을 표현하는 배우를 지칭한다. 흔히 작가주의 영화감독들은 자신의 영화 세계를 대변할 수 있는 대역으로 특정한 배우와 오랫동안 작업하기도 한다. 영화를 통해 감독은 자신이 직접 출연하지 않지만 배우에게 감독의 분신 역할을 극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다.

페르소나의 대표적인 예로 몇 가지가 있다. 마틴 스코시스 감독에게 로버트 드 니로 배우는 미국 뒷골목을 떠도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을 나타내는 페르소나였고, 중국의 오우삼 감독에게 주윤발은 비장한 영웅의 이미지를 지닌 페르소나였다.

종종 페르소나는 특정한 영화나 사조의 대변인이 되기도 한다. 그 사례로 배우 장 피에르 레오와 배우 잔느 모로는 프랑스 누벨바그를 나타내는 페르소나였고 배우 공리는 중국 5세대 영화를 표현하는 페르소나였다.

특히 배우 장 피에르 레오와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관계는 각별했는데 트뤼포 감독은 1959년 <400번의 구타>라는 작품부터 1979년 <달아난 사랑>이란 작품까지 거의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배우의 어린 시절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등장시키며 페르소나를 표현하기도 했다.

이처럼 영화에서는 배우의 역할들을 통해 다양한 페르소나를 찾아볼 수 있다. 감독이 연출하는 페르소나를 잘 찾아내 감상해보면 한층 더 깊이 있게 영화를 이해할 수 있는데, 이지은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 페르소나 역시 그러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감상한다면 감독이 배우를 통해 말하려는 것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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