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김아련 / 디자인 최지민] 흔히 아내를 다른 말로 마누라라 부른다. 그런데 은근히 낮춰 부르는 이 단어가 사실은 극존칭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기록을 살펴보면 조선시대에 ‘마노라’는 궁에 사는 마마, 결혼 안 한 처녀, 나이가 많은 처녀, 궁에 사는 무수리를 나타내는 말로 쓰였다. 삼강행실도에서 ‘마노라’는 ‘주인’의 의미로 등장했고 17세기 문헌인 계축일기에서는 종이 상전을 부르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여러 의미로 변화를 거쳐 왕족의 성별을 불문하고 마마와 동급의 극존칭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 후에는 마마보다 격이 낮은 존칭으로 격하되었고 후에는 왕세자빈만의 존칭이 되었다. 조선왕조실록과 한중록에는 말루하(抹樓下)라는 한자 표기로 나타났다.

또 무속에서는 ‘신’을 나타내는 말로도 쓰이는데 ‘산신마노라 (산신님)’, ‘터주마노라’ 등으로 불렸다.

고종실록의 기록에는 ‘마누라’가 2번 언급되면서 아내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등장했다. 후대로 오면서 점차 의미가 축소된 것이다. 결국 마누라는 현대에 들어서 중년이 넘은 여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부인이 남편을 부르는 호칭을 ‘서방’이라 한다. 이 말은 어디서 온 말일까? 기록에 따르면 조선시대에는 아내가 부르는 남변의 별칭, 혹은 사위나 매제 아랫동서들을 가리키기도 했고 아직 관직이 없는 사람을 지칭하기도 했다.

조선 시대 양반가에서는 자식이 관직에 들기를 원했는데 당시 과거 시험을 보려면 성균관에 들어가 대과를 치르기까지 오랜 기간이 필요했다. 공부를 하는 동안 대게 결혼을 하게 되는데 별도의 공부방에 주로 있게 되면서 ‘글방도련님’이 ‘글방 남편’을 뜻하는 ‘書房(서방)’으로 변했다고 한다.

흔히 나이가 지긋하게 든 남성을 지칭하는 ‘영감’은 조선시대 관직에서 나왔다. 조선시대 품계에서 정3품과 종2품을 ‘당상관’이라 하는데 별칭으로 영감이라고 불렀는데 당시의 당상관은 현대의 ‘차관’ 급에 해당하는 관직이다.

당시에 연로한 퇴직문신들을 예우하기 위해 ‘기로소’를 설치하고 70세 이상의 퇴역관료들에게 명예벼슬을 주었는데, 이들도 ‘영감’이라고 부르곤 했는데 이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흐르고 변화하면서 그 의미가 달라진 호칭인 마누라와 서방과 영감. 지금은 속되게 부르는 경우도 있지만 알고 보면 엄청난 극존칭이었다는 것이 놀랍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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