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 디자인 이연선] 전화를 걸어 상대방을 속이고 돈을 빼내는 보이스 피싱 범죄가 갈수록 진화하고 있으며 이제는 원격제어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자유자재로 조작하기도 한다. 초기에는 공공기관 등을 사칭하는 방법이었는데 이와 같은 수법이 많이 알려지자 이제는 자녀 등을 사칭해 사기를 벌이기도 한다.

한편 일본에서는 사전에 전화로 현금 보관 상황 등을 물은 뒤 강도를 저지르거나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을 하는 이른바 ‘아포덴’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아포덴(アポ電)'은 약속을 뜻하는 영어 어포인트먼트(Appointment)의 줄임말 '아포'와 일본어 덴와(전화)의 줄임말인 '덴'을 합한 말로 '약속을 정하는 전화'라는 뜻이며 일본에 새롭게 등장한 신종 범죄 유형이다.

아포덴 범죄는 관공서 공무원이나 경찰관, 설문조사원 등을 가장해 현금 등 자산 상황을 확인한 다음 집 주소를 파악한다. 그리고 며칠 후 방심하고 있을 때 집에 침입해 돈을 빼앗거나 전화로 계좌 이체를 요구하며 보이스피싱을 하는 방식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도쿄 내에서만 이러한 신종 수법이 전년 대비 30% 증가한 3만4,000여건 발생했으며 올해도 1~2월 두 달 동안 6,000건 이상 발생하는 등 사기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 아포덴 범죄가 인명 피해로 이어져 문제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사례를 살펴보면2017년 가나가와현에서는 경찰관과 병원 관계자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80대 여성이 본인의 집에 침입한 남성들로부터 구타를 당하고 현금 480만 엔을 빼앗겼다.

또 지난달 말 도쿄 고토구의 80세 할머니가 사는 아파트에 3인조 복면강도가 들어 할머니를 숨지게 한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일본 사회를 경악하게 했다. 80세 할머니는 자택에서 테이프로 손발이 묶여 숨진 채 발견되었으며 사건 발생 전 현금 유무를 묻는 수상한 전화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적으로 일본인들은 은행 대출을 싫어하고 현금을 좋아하는 경제 습관이 반영되어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집에 현금을 많이 두는 것이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노년층은 쓸 돈을 은행에서 찾아 쓰기보다 집에 현금을 두는 경향이 강해 범죄에 표적이 되고 있어 일본의 초고령사회에 대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 아포덴 사기는 강도 범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 보이스피싱보다 한층 더 악질적인 사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현지 경찰 간부는 “사기보다 더 난폭한 강도로 나오는 이들이 나타나 희생자까지 생겼다”면서 “예금이나 자택 현금을 물어보는 의심스러운 전화가 걸려와도 절대 답하지 말고 경찰에 통보해달라”고 요청했다.

집안에 현금을 두는 일본의 사회 현상과 맞물린 신종 범죄 ‘아포덴’. 분명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사기인 만큼 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우리 사회에서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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